나는 가수다는 지난주 새 가수가 두 명이나 등장하고도 시청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1박2일은 도저히 넘어서지 못할 벽이지만, 후발주자 K팝스타에게까지 추월당한 위기에 처한 나가수의 하향세는 언제 꼴찌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렇게 나가수가 저조한 시청률에 허우적거릴 때,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는 음원 사이트를 점령함은 물론이고 시청률도 20%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2011년 연예대상에 빛나야 할 나는 가수다를 더 초라하게 만든 것은 반 토막도 되지 않는 시청률이 아니라, 나름 가수다에게 배워야 한다는 훈계조의 말들 때문이다. 원조인 나는 가수다가 패러디인 나름 가수다에게 배워야 할 항목들이 줄을 잇는 것에 나가수 원조 PD 쌀집아저씨의 심정이 어땠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런 가운데 12라운드 2차 경연을 위한 선곡 방식이 바뀌었다. 바뀐 내용을 보면 제작진이 뭔가를 하고자 했던 의욕만은 읽을 수 있었다. 매니저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같은 날 정오에 일제히 주제가 전달되면 가수들은 빨리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제작진에게 접수하는 방식이었다. 초기의 돌림판보다는 훨씬 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게다가 한 번 정한 후에도 다른 가수가 접수하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번복할 수 있다.

최선의 무대를 갖고자 하는 가수들을 배려한 것이기는 하지만 돌림판이 주었던 복불복의 묘미는 사라졌다. 물론 돌림판이 완전한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제작진이 배정한 선곡에 대한 불만도 끊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돌림판의 묘미는 해당 가수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곡이 선택되었을 때 그 부조화를 기발한 편곡과 색다른 퍼포먼스로 돌파해내는 짜릿한 반전이 있었다. 예컨대, 이소라의 <넘버원>이나 김범수의 <님과 함께> 등이 그럴 것이다.

물론 돌림판은 한참 전에 모습을 감췄었다. 공식적으로 없앤 것이 아니라 호주공연 등 상황에 따라 특별한 선곡을 하게 했고, 그렇게 사라진 돌림판 대신에 지난주까지는 가수들이 임의로 선곡한 노래로 경연을 벌여왔다. 기왕 사라진 돌림판을 다시 꺼내오는 것보다 이참에 새로운 미션방식으로 가자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바뀐 형식이 돌림판보다 나은 점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선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쪼는 맛이 사라졌다. 돌림판이 있었을 때에는 선택의 과정을 시청자가 모두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누구에게는 유리할 것 같거나 불리할 것 같은 요소가 뒤섞여 있었고, 돌림판이 돌다 멈췄을 때의 결과에 따른 희비쌍곡선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바뀐 방식은 그런 긴장감이 사라졌다. 빨리 좋은 곡을 접수해야 한다는 것은 가수 입장에서나 바쁠 일이지 시청자 눈에는 그다지 긴장할 것이 없다. 게다가 얼마든지 번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함도 사라졌다.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싱겁던 중간평가 방송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병풍 매니저들을 좀 더 활용한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시청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색다른 재미를 줬다고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런 느슨한 선곡방식으로의 변화가 특정가수를 위한 배려라는 의혹까지 대두되고 있으니 의욕에 찬 제작진을 곤혹스럽게 할 것 같다.

돌림판은 나가수 경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이것을 없애거나 바꾸고자 할 때에는 그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시청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돌림판을 없애고 다른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한 나가수 제작진의 배경 설명은 전혀 없는 일방통행식 변경이었다. 누구를 위해 돌림판을 치웠는지에 대한 의문만 남은 변화였다. 요즘 나가수가 왜 어려운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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