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시민단체와 전쟁을 선포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치행정', '박원순 지우기' 등의 꼬리표가 붙었다. 명확한 근거없이 사회적 경제와 시민사회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면서 '우클릭'을 통한 정치적 입지 다지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의 브리핑을 진행하고 사회주택, 마을공동체, 태양광 지원 등의 사업을 시행한 시민사회단체를 겨냥해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민간위탁금·민간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시민사회에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원했다며 시민단체를 '다단계 피라미드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물론 그 액수가 모두 낭비되었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집행내역을 일부 점검해 보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사회투자기금은 특정 단체에게 운용을 맡기면서 위탁금 40억원을 지급했다"는 사례를 들어 시민사회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데다 일부 사례만을 언급한 것이어서 브리핑 근거 자체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5일 경향신문은 사설 <근거 없이 사회적 경제 비난한 오세훈, 정치행보 지나치다>에서 "오 시장이 몇몇 사업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감사를 지시한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이 사업의 적절성 여부나 비위 개입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중략)그런데도 오 시장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방만하게 운영되는 현장도 보았다'며 인상 비평으로 시민단체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오 시장 스스로도 민간의 시정 참여를 도모하고, 공무원 조직이 갖추지 못한 지식과 경험을 접목해 더 나은 행정을 펼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했다"면서 "사회적기업 운영에 오류나 비위가 있었다면 서울시청의 자체 감사와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로 바로잡으면 된다. 보수층 지지층 확보를 의식해 '박원순 정책 지우기'에 집착한다면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한겨레는 사설 <오세훈 시장, 시민단체 공격이 '서울시 바로 세우기'인가>에서 "명확한 실태 조사 결과와 설득력 있는 판단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시민단체들을 싸잡아 '범죄 집단'이라도 되는 양 매도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의심이 든다면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부분을 개선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민관 협치에 대한 오 시장의 시대착오적인 인식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관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은 시대적 흐름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민관 협력 거버넌스'가 사회혁신을 위한 중요한 방법론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정치'가 아닌 '행정'의 영역에서 공과 과를 정확히 짚는 엄정한 태도를 갖기 바란다"고 오 시장에게 당부했다.

오 시장의 근거 없는 주장은 당장 한국사회주택협회 반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6일 개인 유튜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TV'에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적 넘어가시려고?-사회주택의 민낯>이라는 영상을 게재해 사회주택협회로부터 '왜곡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오세훈TV' 서울시 사회주택 비판은 왜곡보도")

오 시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사회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사회주택협회는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일으킨 사업자는 6년간 단 1개가 나왔을 뿐이다. 또 다시 가짜뉴스를 유포했다"고 반박했다.

'오세훈TV' 사회주택 비난 영상 근거가 되는 자료는 '비공개 문서'로 추정된다. 이에 지난 3일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에 오 시장 개인 유튜브 채널로 비공개 문서가 유출된 경위 등을 물었다. 당시 오 시장은 "비공개 문서가 아니라 공무원이 업무상 평가한 감사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주택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 감사가 완료되지도 않은데다 사회주택협회의 정보공개 청구에 서울시는 비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서울시장 오세훈TV' 8월 26일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적 넘어가시려고?-사회주택의 민낯> 갈무리

내일신문은 14일 기사 <'서울시 바로세우기' 오세훈 재선 승부수?>에서 "오 시장은 바로세우기라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상대 진영을 향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오 시장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권력 재편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략)대선 국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읽힌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의석수가 압도적인 서울시의회 구성 상황과 대선 국면에서 야당 소속 서울시장으로서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내일신문은 "하지만 역풍 우려도 있다. 오세훈판 '적폐청산'의 명분과 근거가 뚜렷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내일신문은 "서울시 민간위탁은 대부분 시설운영과 관련된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민간위탁 평가제도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연구위원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가 오 시장 주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4일 <"10년 간 1조, 시민단체 현금인출기 된 서울시">(1면), <박원순 역점사업 '마을공동체'…年예산 113억 절반은 인건비로 썼다>(3면), <與가 장악한 시의회, 시민단체 사업 점검에 반발>(3면), <노들섬, 서울숲… 민간 위탁시설도 들여다보기로>, <[사설] '1조 시민단체 현금지급기' 된 서울시, 무섭게 커진 운동권 생태계> 등의 보도와 사설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박원순 시장의 장기 재직과 문재인 정권까지 겹치며 '세금 따먹기' 피라미드가 구축됐다"며 "서울은 작은 국가 규모를 넘는 세계적 거대도시다. 이런 도시에서 운동권 시민단체들이 시 권력을 장악하고 이를 이용해 시민 세금을 제 돈처럼 나눠 먹었다"고 단정했다.

조선일보 9월 14일 <[사설] '1조 시민단체 현금지급기'된 서울시, 무섭게 커진 운동권 생태계>

오마이뉴스는 14일 <"박원순 서울시, 시민단체 7천억 원 지원" 보도는 '거짓'>기사에서 매일경제와 조선일보가 민간보조 공모사업 전체 규모를 시민단체 지원으로 부풀렸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12일 서울시가 박 전 시장 재임 5년간 시민단체에 7000억 원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3일 <"5년간 시민단체에 7천억 원 준 박원순 서울시, 흑막 모두 밝혀야">라는 사설을 썼다.

매일경제 보도의 근거는 서울시가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서울시 지방보조금 공모사업 현황자료'로 오마이뉴스의 확인결과 시민단체, 일반기업, 각종 산업협회, 협동조합, 재단, 장애인 시설 등 민간단체와 개인 지원금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이었다. 김인호 서울시 보조금관리팀장은 오마이뉴스에 "민간보조 공모사업은 서울시에서 직접 할 수 없는 사업을 민간단체에서도 하도록 예산을 보조해주는 사업"이라며 "민간단체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각종 조합, 협회, 사단법인, 일반기업도 포함돼 있고 3339개도 시민단체 숫자가 아니라 전체 민간단체 숫자"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2020년의 경우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389억 5600만원) ▲보람일자리 사업(101억원) ▲ 코로나19 위기 도시제조업 긴급사업비(193억원)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지원(51억원) ▲공연업 긴급 회생 지원(50억원)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운영(231억원)▲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운영(133억원) ▲장애인단기거주시설 운영(114억원) 등 예산이 큰 사업은 물론 20억원 규모의 사업들에서도 시민단체와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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