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경주가 있어서 그런지 이선희의 멘토스쿨은 남다른 정이 엿보인다. 멘토스쿨을 열기 전에 먼저 멘티들의 학교와 가정을 방문한 모습부터 해서 이선희 멘토스쿨은 학원이 아니라 작은 가족을 만들어온 것 같았다. 특히, 최종평가 전날 멘티들과 주변 야산에 산책을 나선 이선희의 점퍼에 줄곧 어린 경주의 손을 넣고 걷는 모습은 그대로 모녀라고 해도 의심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애틋하게 가슴으로 보듬던 어린 경주에게 탈락소식을 전해야 하는 이선희의 마음은 정말 무겁고 착잡했을 것이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엄마 멘토 이선희의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었다. 최종 평가 무대를 마치고, 한 명씩 이선희와 인터뷰를 하는 시간이 됐다. 가장 먼저 이선희와 독대를 한 경주는 스웨터 속에서 편지를 먼저 꺼내들었다. 비록 경주가 오빠와 언니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스승에게 곱게 써내려 간 편지를 건네주는 모습은 예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경주에게 슬픈 소식을 전해야 하는 이선희는 더욱 안타까웠을 것이다. 어느 정도 짐작했겠지만 탈락 소식을 듣고 펑펑 눈물을 쏟는 경주에게 이선희는 무릎으로 다가가 어린 몸을 꼭 안아주었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선희는 진짜 엄마처럼 경주에게 위로와 희망의 포옹을 해주는 모습이었다. 아마 경주도 탈락에 대한 아쉬움보다 멘토 스쿨 한 달 동안 흠뻑 정이 든 스승과의 이별에 더 슬펐을 것이다.

어린 경주와의 슬픈 이별도 있었지만 반가운 일도 있었다. 영국 현지 오디션 이후 줄곧 좋지 않은 평만 들었던 위대한 탄생2의 예고된 스타 배수정이 마침내 부진을 떨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최종 평가 무대에서 베이스 기타 하나에 기대어 노래를 부르는 대단히 어려운 조건 속에서 배수정은 빅마마의 <브레이크 어웨이>를 대단히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배수정의 노래를 듣는 이선희의 표정이 몇 번 화면에 비쳤는데, 말은 하지 않지만 대단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 자리에는 어머니가 깜짝 방문을 해 배수정을 놀라게 했는데, 회계사인 딸이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라도 배수정은 유감없이 자기 실력을 발휘하고 싶었을 것이다.

결국 최종평가에서 배수정은 구자명과 함께 생방송 진출자로 낙점을 받았다. 다음 주에 패자부활전이 진행되고 나면 곧 치열한 생방송이 시작된다. 위대한 탄생은 멘토제라는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생방송은 멘티들에게 의도치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예선부터 이선희는 유독 정에 약한 모습을 들켰었다. 그때부터 이선희는 엄마 멘토의 길 위에 서 있었다. 위대한 탄생2 다섯 명의 멘토들이 다들 나름의 역량과 인격으로 멘티들을 잘 지도했지만 엄마 멘토 이선희의 멘토 스쿨은 조금은 남 다른 점이 있었다. 경쟁과 생존이라는 살벌한 생방송 무대에서도 이선희는 그 따뜻함으로 멘티와 시청자에게 감동을 줄 것이 분명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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