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구성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8인 협의체’에 대해 “절차적 구색만 맞추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양당이 정의당·국민의당 등 비교섭단체를 배제한 채 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은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1인 미디어 규제법에 대해서는 “심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8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7일 첫 회의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김종민·김용민 의원, 송현주 한림대 교수, 김필성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최형두·전주혜 의원,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 신희석 연세대 법학박사 등을 추천했다. 양당은 추석 연휴 전까지 매일 회의를 진행하고, 2회~3회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9일 열린 <언론·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피해 구제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 모색>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통과 시한을 못 박고, 제한적인 협의체를 구성했다”며 “이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협의하지 않고, 절차적 구색만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지원 변호사는 “언론개혁법으로 칭해지는 이 법은 정치적·주관적 기준을 기반으로 작동한다"며 "민주당이 사상의 시장을 부정하고, 언론에 대한 통제권을 갖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양당 협의체가 구성되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당초 정의당은 국회 내 언론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신문법, 방송법 등을 논의하자고 했다. 하지만 양당은 자신들만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소수정당·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배 원내대표는 “이번 협의체는 민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언론중재법, 형법, 민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 법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언론중재법 하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여야 양당 협의체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실장은 “언론중재법으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하는 여러 이해당사자가 있을 수 있다”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만 모여 언론중재법을 논의하면 시민을 위한 법안수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1인 미디어 규제법'에 "표현 엄벌주의, 공론장 위축 우려"

KBS 기자 출신인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저널리즘의 원칙이나 윤리가 잘 지켜졌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언론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써낸다. 소셜미디어에서 나오던 혼탁한 이야기가 레거시 미디어까지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언론에 책임을 묻는 건 독자의 당연한 요구”라면서 “그동안 자율규제가 안 됐으니 법적 규제를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9일 열린 <언론·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피해 구제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 모색> 토론회 (사진=연합뉴스)

또한 정필모 의원은 ‘1인 미디어 규제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금은 언론개혁의 적기”라면서 “언론 관련 법을 패키지로 통과시킬 기회다.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해 인앱 결제 방지법을 통과시켰듯, 나머지 법안도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정 의원은 "당대표도 '패키지 통과' 의견에 공감했다"면서 "시민사회가 힘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인 미디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똑같은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1인 미디어 규제법은 ‘표현 엄벌주의’”라면서 “공론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협의체 구성, 위자료 현실화 등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동원 정책실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전면 폐지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를 구성해 언론 관련 법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단체, 언론 현업단체, 학계, 법조계 추천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언론 규제체계 개선방안을 정리하고, 국회는 이를 입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원 실장은 “언론보도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징벌이 아니라 설명”이라면서 “사회적 협의체가 있어야 시민들이 언론사와 소통하고, 잘못된 보도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협의체와 함께 강력한 강제력을 가진 자율규제 기구도 함께 꾸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의원은 “언론에 대한 징벌은 최소화돼야 한다”면서 “언론중재위원회·대법원이 손해배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위자료가) 강화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폐기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보도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손해액 산정을 높게 하는 관행과 제도를 만들면 된다”면서 “대법원은 2016년 위자료 산정 기준안을 만든 바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명예훼손 위자료는 최소 5천만 원인데, 이 기준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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