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20 도쿄 패럴림픽 기간 KBS <뉴스9>에선 장애인 앵커가 패럴림픽 소식을 전했다. 지난 3월 KBS 6기 장애인 앵커로 입사한 최국화 앵커는 <뉴스12>에서 ‘생활뉴스’를 진행해왔다. 이어 메인뉴스 <뉴스9>에서 패럴림픽 관련 보도를 전하며 패럴림픽에 대한 흥미를 끄는 데 한 몫 톡톡히 했다.

메인뉴스에 장애인 앵커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인 만큼 어깨도 무거웠을 법하다. 지난 3일 최국화 앵커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최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패럴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는 KBS 장애인 앵커 최국화 씨 (사진제공=KBS)

최근 2020 도쿄 패럴림픽 소식을 전하셨고, 패럴림픽 전에는 <뉴스12>에서 ‘생활뉴스’ 코너를 진행하셨잖아요.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생활뉴스’ 코너는 우리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들부터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라면, 패럴림픽은 경기 선수단이라든지 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야깃거리들을 전달해 드리기 때문에 분야가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시청자 반응은 어떤가요?

“기존 방송에서 장애인 앵커가 패럴림픽 소식을 전해 드리는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영광이고 감회가 새롭고요. 또 시청자들도 너무 좋다는 반응을 많이 해주셨어요.”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나요?

“스포츠 정말 좋아하거든요. 입사하고 첫 인터뷰 때 맡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했던 얘기가 ‘내가 스포츠 너무 좋아한다. 관련해서 전하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처럼 제가 하게 되었죠.”

앵커 멘트 준비할 때 중점 두는 부분은?

“시청자분들이 잘 전달 받으실 수 있도록, 제 목소리나 또 제가 전달해 드리는 단어나 문장들이 최대한 오류가 없이 전해질 수 있도록 글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책도 많이 예전보다 더 읽게 되고요.”

패럴림픽에서 가장 눈여겨본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패럴림픽 보면서 굉장히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또 선수분들이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이겨 내려는 투지를 보면서 많이 배운 게 있었어요. 특히나 아프가니스탄의 쿠다다디 선수는 최초의 패럴림픽 태권도에 도전하셨잖아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출해 어제(2일) 경기를 치르는 모습 보며 저도 감동 받았죠. 이집트 탁구선수인데 양팔이 없지만 라켓을 입에 물고 경기하는 하마두 선수 모습도 보면서 굉장히 감동도 받았고요.

또 태권도가 이번에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어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주정훈 선수가 아시아 예선 1위로 결선에 진출하게 됐는데 그 선수가 했던 말이 저는 참 기억에 남더라고요.”

태권도 자존심 살린 주정훈 “즐기면서 도전”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어떤 말이에요?

“신체의 다름으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패럴림픽에서 멋진 모습,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려서 동경의 대상이 되고 싶다는 메시지였는데, 이 말에 정말 감동 받았어요”

<뉴스9> 앵커 소식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뉴스12>에서 ‘생활뉴스’ 처음 진행을 맡았을 때도 많이 떨렸거든요. 근데 지금 <뉴스9> 같은 경우에는 많은 앵커가 생각하는 꿈의 무대잖아요. 저 역시도 이 무대에 설 거라고는 상상을 못 해봤던 일이었고요. 그래서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고, 시청자분들께서 많이 사랑해 주시는 뉴스니 잘 전달해야겠다는 제 나름의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3월에 KBS 장애인 앵커로 입사하셨잖아요, 어느덧 6개월인데 앵커 생활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거 같아요. 처음에는 서툴고, 이런 업무들을 처음 하다 보니 어색한 부분도 있고 잘 몰랐던 부분도 많아서 좀 좌충우돌하면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업무, 제가 하는 역할에 대해 충실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아직까지는 정신 없이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원래 언론인이 꿈이었나요?

“그러지는 못했어요. 왜냐하면 앵커 보면 막연하게 대단한 분들이란 생각이 들잖아요. 저렇게 멋있는 자리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했지 제가 직접 이 자리에 설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기 때문에 꿈은 아니었고요. 동경의 대상이었죠.”

해보니 어때요?

“재미있는 일도 많고 또 배우는 일도 많은 거 같아요. 지금 함께하는 동료분들이 많은 배려를 해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이 일 안 했으면 어떻게 할까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고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떤 게 재밌나요?

“제가 전해 드릴 소식들은 제가 제일 먼저 접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달해 드리기 전에 설레는 마음이 항상 있더라고요. 그런 설렘도 있고 욕심도 있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이 너무 좋으세요. 메인 앵커이신 정윤섭 앵커님도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시고, 이승현 여자 앵커님도 저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세요.“

KBS <뉴스12> 최국화의 생활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언론인이 꿈은 아니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앵커가 되신 거예요?

“제가 <뉴스12>를 즐겨보는 애청자였거든요. 그동안 방송에서 보이는 장애인 이미지는 어렵거나 다르거나 편견의 시선이라든지 그런 부분이 부각된 경우가 많았는데, 그 앵커분들은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생방송 하는 다른 여느 앵커분들과 다를 바가 없이 멋지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전달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무대에서 당당하고 멋진 모습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우연히 앵커 공고를 보고 도전하게 됐죠.”

그럼 합격 소식 들으셨을 때 느낌은?

“지금 생각하니까 떨리는데요. ‘감히! 내가 할 수 있을까? 진짜 내가 합격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기분 좋았고요. 좋았던 기분만큼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왜냐면 기존에 아나운서를 목표에 두고 공부를 했다거나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 보니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또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스스로에게 고삐를 죄었던 것 같아요.“

유학시절 계단에서 낙상 사고로 장애인이 되신 걸로 압니다. 후천성 장애인이신데 장애인이 되기 전과 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저는 우연히 사고로 중도 장애를 입게 된 당사자인데 예전에는 장애에 대해 무지했던 거 같아요. 또 달라진 몸만큼 마음도 힘들고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좌절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근데 다행히 곁에서 지켜주고 아껴주는 많은 친구, 사랑하는 가족들 덕분에 더 힘을 내면서 하나하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후천적 장애인이라 힘든 시간 보냈을 거 같거든요.

“물론 후천적인 장애인들만 힘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신 분들 그리고 비장애인 중에서도 힘든 경험 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단지 예전과 달라진 생활에 적응하면서 제가 휠체어를 잘 타고 마음 단단히 먹으면 세상에 못 할 일 없고 다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있더라고요. 그런 시선, 차별적인 요소들을 경험할 때마다 절망의 마음이 들 때도 사실은 있었어요.“

KBS 6기 장애인 앵커 최국화 씨 (사진제공=KBS)

앞으로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저한테 맡겨진 임무들이 너무나 크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에요. 앵커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요. 그러나 잘하는 앵커, 최국화 앵커라면 어떤 뉴스거리를 맡겨도 신뢰를 주는 앵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 최선을 다해 보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저는 처음 앵커 도전이 어려웠어요. 왜냐면 지금 나이가 마흔이 넘었거든요. 뭔가를 도전하고 시작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그리고 이 앵커라는 자리는 시청자에게 보이는 자리기 때문에 도전이 조금 두려웠거든요. 저도 이렇게 용기를 내 도전했더니 너무나 행복한 일들이 많이 생겼고 꿈을 이루게 되었고 좋은 경험을 많이 했던 것처럼, 여러분도 자신을 믿고 사랑하면서 포기하지 말고 용기 내서 도전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