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다. 첫 회부터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시작했는데 이렇다 할 경쟁작까지 없어 작품 자체의 문제만 없다면 순항이 예고된 상태다. 이로써 지루했던 MBC 드라마의 먹구름이 지워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미리부터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해를 품은 달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아역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으며 한가인보다 상대 남자배우들의 실제 나이가 적어 몰입도에 대한 걱정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고 일단 현재 해품달은 아역들과 아역 아닌 아역들의 맹활약으로 근래 보기 드문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품달이 이토록 인기를 끌자 자연 다른 사극과 비교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뿌리깊은 나무의 진지함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해품달은 사극 시트콤이라고 할 정도로 가벼운 터치를 들 수 있다.

해품달은 조선왕조의 특정 왕을 지칭하지 않은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아주 영리한 선택이었다. 퓨전사극이라 할지라도 사극이라는 점에서 고증의 시비가 없을 수 없는데, 구체적인 시대개념이 없으니 딱히 고증의 잘잘못을 논하기가 애매해진다. 그렇지만 조선이라는 절대성 때문에 지나치게 가벼운 설정들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바로 조선의 왕세자, 국본이라는 자리에 대한 왜곡에 가까운 묘사다.

아직 혼례도 치르지 않은 어린 왕세자라 할지라도 한가로이 연정에 매달릴 정도로 조선의 왕세자는 평화로운 자리가 아니다. 또한 국본으로 임명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변치 않는 반석 위에 선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왕세자에서 내쳐진 왕자도 있었으며, 왕과 붕당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 암살 내지는 타살 당한 효명세자, 사도세자 등이 조선 역사에서 여전히 울부짖고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화공주의 예동으로 들어온 연우에게 세자 훤은 나름의 연애편지를 보냈지만 신분의 격차 때문인지 연우는 그 뜻을 오해하고 말았다. 그런 연우의 반응을 세자 훤 역시도 자신에 대한 비호감적인 반응으로 오해하게 된다. 연애를 시작할 때 아주 흔한 엇갈림이지만 이런 상황이 시청자들에게는 묘한 재미를 주고 있기는 하다. 헌데, 그 상황에서 내관이 상황을 분석하는 그림이 좀 문제다.

인터넷에서 한참 유행하던 뇌구조를 패러디를 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차도남을 가져다가 차궐남이라고 변형시켰다. 그 순간은 웃을 수 있어도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는 뭔가 아쉬움을 남기는 장면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양명군에 이어 세자가 연우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고백할 때 왕이 따끔하게 야단치는 장면이었다. 현재 세자의 사랑놀음이 한 여자와 그 집안까지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것이다.

그러나 질풍노도기의 세자에게 왕의 따끔한 질책도 별무소용이었다. 국가의 주요 행사인 나례회에서 처용탈을 쓰고 연희장의 연우를 끌고 외진 곳으로 달려가 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잊으라 해서 잊을 수 있다면 그것도 사랑이 아니겠지만, 참 현실감 없이 무대뽀 세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3회에는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지나친 옥에 티까지 노출됐다. 세자가 양명군, 허염 등과 어울려 축국을 하는 장면에서 근접촬영을 하던 카메라 감독이 그대로 잡힌 것이다. 이런 실수는 뭐에 홀리지 않는 한 벌어질 수 없는 방송사고다. 방송 후반의 쪽대본으로 달리는 상황도 아니고 초반에 이런 편집실수는 싸인의 컬러보드에 비할 만큼 심각한 잘못이다.

사람이나 드라마나 잘 나갈 때 제어하지 않으면 탈이 나는 법이다. 당장 경쟁자가 없기는 하지만 이런 실수와 지나친 패러디 등이 드라마 격을 떨어뜨린다면 해품달에 대한 실망감이 쌓이게 될 것이다. 타사 드라마들을 초반에 확실히 제압한 해품달은 이제 스스로와 경쟁하는 더 치열한 자세로 제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소중한 기회가 아닌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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