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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띵작 ‘시실리 2km’, 코믹의 끝판왕 입증한 임창정시대를 앞서간 복합장르… <전설의 고향> 기본설계에 절정의 코믹 선사
장영 | 승인 2021.09.05 11:46

[미디어스=장영] 시대별로 유행하는 장르가 존재한다. 현재의 유행 장르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딱 하나로 고르기는 어렵다. 복합장르가 유행이고, 좀비나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빈도 수가 높아지다 보니 과거처럼 단순화된 유행은 잘 보이지 않는 듯하다.

지지리 궁상에 찌질한 생활 연기에 있어 임창정을 넘어서는 배우는 없어 보인다. 그가 보여준 연기는 멋지다는 말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가 맡은 배역들이 모두 특화된 인물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임창정을 가장 임창정답게 만든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시실리 2km>다. 당시에는 색다르게 다가온 복합장르 형식에 사회적 이슈와 재미까지 모두 담아낸 이 작품은 2004년 개봉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전설의 고향>과 당시 유행이었던 조폭 영화를 잘 섞었다. 여기에 사회적 문제를 얹어 흥미롭게 풀어갔다는 점에서 <시실리 2km>는 지금 봐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또 하나 재미라면 이제는 누구라도 다 아는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시실리 2km> 스틸 이미지

임창정을 시작으로 권오중, 임은경, 변희봉, 우현, 안내상, 김윤석, 박혁권, 최원영, 주진모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라인업으로 지금 다시 영화를 찍으라면 쉽지 않을 캐스팅이다. 그만큼 당시 유명하진 않지만 실력 있는 배우들을 잘 모아서 흥미롭게 풀어갔다는 의미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수백억대 다이아몬드 밀수를 하는 조폭의 중간보스인 양이(임창정)가 친구 석태(권오중)에게 배신을 당한다.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석태가 도주한 것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샌드백에 갇힌 신세가 된 양이는 추격조를 꾸려 석태를 찾아 나섰다.

당시에는 상당히 앞선 기술인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석태가 어디로 도주했는지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위성까지 등장하는 모습은 코믹 영화이기에 가능한 재미였다. 석태는 다이아몬드를 훔쳐 달아나다 사고를 내고 말았다.

차량을 버리고 이동하는 중에 한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순박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환대에 행복했던 석태는 그렇게 그들의 집에서 삼켰던 다이아몬드를 꺼내 확인하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의 장난으로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화장실에 있던 석태는 밖에서 경찰 언급을 하며 장난치는 마을 사람들의 말을 사실로 믿고 다급하게 다이아몬드를 숨기다 변기에 머리를 부딪치며 기절하고 만다. 마을 사람들은 석태가 사망했다고 생각했다.

영화 <시실리 2km> 스틸 이미지

어딘가로 유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화장실에서 다이아몬드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보자 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석태를 찾는 추격조가 다가오며 이들은 급하게 방에 석태를 봉인한다.

가벽을 세워 그 안에 석태를 묻었던 것이다. 휴대전화 추적을 통해 마을까지 온 양이와 일당은 이 사람들이 수상하다. 뭔가를 숨기고 있지만 쉽게 말하지 않는다. 이들을 지휘하는 것은 나이 든 변 노인(변희봉)이다. 그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은 나름 일사불란하다.

대립 과정에서 그곳에 머물게 된 그들은 하필, 석태가 벽에 묻혀 있는 방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자기애가 강한 양이가 노래자랑에 나왔던 사진을 벽에 거는 과정에서 막내인 해주(우현)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두려워한다.

덜떨어진 애를 합류시켰다며 답답해하던 이들은 해주의 말들을 믿지 않았다. 양이의 사진을 걸려는 그 자리는 바로 석태가 벽에 갇힌 그 위치다. 해주가 벽에 사람이 있다는 말들을 하자 화가 난 똥개(안내상)는 분노해 폭행하다, 못을 프라이팬으로 때려 박아 버렸다. 

이는 벽 안에 있는 석태 머리에 못이 박혔다는 의미다. 분명 근처에 석태가 있다고 확신하는 양이지만, 동네 사람들은 모른다고 이야기를 할 뿐이다. 양이는 악몽을 꿨다. 버려진 학교에 간 양이는 그곳에서 미친 것 같은 주민들이 허겁지겁 고기를 먹는 장면과 처녀 귀신을 보고 기겁해 일어났다.

그저 악몽이라 생각했지만 자신이 새벽에 갑자기 밖으로 나갔다는 말에 기억을 더듬어 향한 그곳에는 진짜 폐교가 있었다. 과거 스님이었다고 주장하며 온갖 아는 척을 하는 땡중(박현권)의 처녀귀신 이야기에 한껏 불안해진 그들은 양이가 찾았던 교실을 향해 가다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시실리 2km> 스틸 이미지

분명 귀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아랫도리를 벗고 도망치기 시작하는 이들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땡중이 처녀귀신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남자의 그곳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을 따른 것이다. 조폭들이 나간 사이 벽에 있던 석태를 꺼내 밭에 묻는 동네 사람들은 아랫도리를 벗고 달려오다 체조를 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경계한다.

조폭이 찾는 자를 숨겨야 하는 마을 사람들과 이들을 통해 석태를 찾아야 하는 조폭 사이의 긴장감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매일 귀신을 쫓는 소리를 틀어놓는 변 노인의 행동도 이상한 상황에서 귀신을 한 번 봤던 양이는 자꾸 이상한 상황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 석태를 본 적이 없다 주장했던 마을 사람들과 달리, 양말을 통해 그가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구덩이를 파고 마을 사람들을 집어넣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멀리서 석태 목소리가 들렸다.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인 석태가 벽을 넘어 밭을 파고 나와 의지의 존재감을 보이며 다시 다이아몬드를 꺼내는 과정에서 그 소리를 양이가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석태를 추적한 그는 도주하다 벼락에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석태의 손에는 다시 꺼낸 다이아몬드가 가득했다. 마을 사람들은 석태에게 다이아몬드 하나만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양이가 대량의 다이아몬드를 보이며, 훈계를 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하나만 해도 대단한데, 1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그들의 본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폭들이 모든 일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하며 여유롭게 돌아가려던 순간 표변한 마을 사람들의 공격을 받고 속수무책이 되었다. 그들은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아니었다. 온갖 범죄를 저질러왔던 범죄자 출신들이었다.

이들의 추적을 피해 겨우 도망친 양이가 도착한 곳은 폐교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녀귀신 송이(임은경)를 통해 이 마을에서 생긴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출소한 범죄자들을 받아들여 집까지 지어주며 이곳에 머물도록 도왔던 원장을 배신해 땅을 빼앗고, 죽음으로 몰았다.

그것도 모자라 남겨진 아이들을 돌보는 송이마저 차로 치어 죽인 후 모든 것을 차지한 자들이 바로 양이 일당이 만난 동네 사람들이었다. 조폭보다 더 무서운 존재들이 존재한다는 설정 역시 흥미로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다.

영화 <시실리 2km> 포스터

이 영화는 지금 봐도 이질감이 덜하다. 물론 2004년에 개봉되었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한계와 화질의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충분히 재미있다. 우현을 중심에 두고 벌어지는 포복절도할 유머도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웃을 수밖에 없는 설정이 넘쳐나는 신정원 감독의 이 매력은 최근작인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을 통해 재현되었다.

<시실리 2km>는 기본적으로 <전설의 고향>의 틀을 갖추고 있다.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말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전설의 고향>을 현대화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처녀귀신의 등장과 마지막 권선징악까지 기본 설계는 분명 <전설의 고향>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당시 유행하던 <조폭 마누라>와 이후 수많은 조폭 코미디를 혼합했다는 점에서 감독의 감각은 돋보였다. 신 감독을 포함한 3인의 공동 집필한 시나리오가 주는 코믹함도 여전히 강렬하다. 여기에 임창정의 애드리브까지 더해지며 코믹의 끝판왕 같은 느낌까지 전해주었다. 

인간 탐욕에 대한 문제의식에 절정의 코믹함을 우리 고유의 정서가 가득한 <전설의 고향>이라는 틀에 버무린 <시실리 2km>는 여전히 띵작이다. 이를 능가하는 코믹 장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가지는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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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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