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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1의 비극’ 길을 잃은 사람들… 층층의 퍼즐, 보는 재미 쏠쏠[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9.03 19:49

[미디어스=이정희]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1의 비극(이하 더 로드)> 방영 시간이면 TV 속으로 빨려들듯이 보고 있는 엄마를 오가며 보던 아들이 감상평을 말한다. '저 드라마는 매회가 마지막회 같아.' 스치듯 지나가며 본 드라마가 여느 드라마라면 절정의 상황인 것 같은 장면들을 매번 보여주기 때문인 듯하다. 

중층적인 서사 구조,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 상식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사건. 그런 복합적인 스토리 라인이 익숙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일본 신본격파 추리 소설가 노리즈키 린타로의 <1의 비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에드가와 란포 등의 '본격파' 추리 소설 계보를 이어받은, 2000년대 등장한 신본격파 추리 소설가이다.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

본격파, 신본격파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출간만 되면 매번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는 미야베 마유키, 히가시노 게이고는 본격파와 대척점에 있는 '사회파' 소설가들이다. 이들은 사회 전반의 문제와 이런 것들이 인간의 범죄에 끼치는 영향을 소설의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반면 본격파는 추리소설의 원조, 아가사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의 추리 소설이 가지는 퍼즐 풀기와 같은 추리 자체의 묘미에 보다 집중하는 작가군이다. 

신본격파 추리 소설로서의 <1의 비극>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건 드라마 <더 로드>의 특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묘한 복선, 화려한 논리, 치밀한 짜임새. 이런 설명이 본격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적절한 정의가 되지 않을까? 

로얄 더 힐의 사람들 

'로얄 더 힐'이라는 상류층 집단 거주지에서 성대하게 파티가 열리던 날, 한 아이가 유괴되고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드라마와 소설은 시점을 달리한다. 소설은 야마쿠라라는 인물이 자신의 혼외 자식 시게루가 자신의 친아들 대신 유괴당한 걸 알고 자신의 친아들인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범인과의 거래에 나서는 것으로 이야기를 연다. 즉, 애초에 '위선의 갑옷'을 입은 아버지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

하지만 드라마는 그 시선을 비튼다. BSN의 뉴스 나이트를 이끄는 앵커 백수현은 아내와 하나뿐인 아들 연우를 아끼는 다정한 가장이다. 신뢰받는 언론인인 그는 장인 서기태(천호진 분)와 관련된 비자금 관련 사건을 캐고 있다. 그 비자금 관련 파일을 가진 옛 친구 윤동필과 거래를 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는 외려 백수현의 예전 일을 끄집어내며 신뢰가 깨지면 아들 연우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그런데 그의 말대로 연우가 유괴되었다. 윤동필도 사라졌다. 그런데, 유괴된 아이가 살해된 채 발견된 현장에서 백수현이 만난 건 이웃이자 방송국 동료인 차서영(김혜은 분) 앵커의 아들 최준영이었다. 준영이는 드러나기로는 차서영과 투자자 대표 최남규(안내상 분)의 아들이다.

드라마는 준영이 사실 백수현과 차서영 사이의 숨겨진 아이였다는 사실을 넌지시 한참 후에야 밝힐 뿐이다. 그러니 드라마의 초점은 소설과 다르게 보다 복잡해진다.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

백수현이 밝히려고 했던 비자금과 관련된 장인 서기태 회장과, 국회의원 황태섭(김뢰하 분)이 갈등의 전면에 나선다. 거기에 사건이 일어난 날 교통사고를 일으킨 황태섭과 서기태의 아들 서정욱은 또 다른 퍼즐이다. 가정밖에 모르는 줄 알았던 백수현의 아내 은호의 숨겨진 남자이자, 은호 동생의 남편이며 연우의 친아빠인 오장호는 또 어떨까? 서기태의 혀처럼 굴고 있는 보도국장 권여진(백지원 분)이 쥐락펴락하는 백수현과 차서영의 파워게임은 또 어떤가? 수사를 맡은 형사 심석훈은 한때 알코올 중독에, 백수현의 오랜 친구이다.

비자금과 관련된 사건인가 싶더니, 백수현과 차서영의 과거가 얽히고, 거기에 백수현의 아내 은호와 연우의 친아빠 오장호가 등장한다. 심지어 늘 백수현 앞에 등장하는 어린 백수현은 백수현의 오랜 트라우마를 길어 올린다. 거기에 또 한 여고생의 납치 실종사건이 있다. 마치 여러 층의 페이스트리처럼 한 겹을 드러내면 또 다른 '의문'이 등장한다.

서기태를 쫓던 백수현은 이제 오장호가 진범이라 생각하고 그와 마주한다. 서기태의 여자, 제강문화재단 이사장 배경숙은 자신을 볼모로 아들 서정욱의 권리를 획득한다. 그런 배경숙이 서기태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하다. 손주의 몸값을 흥정하는 할아버지, 과연 드라마 속 최고 포식자인 듯한 서기태의 실체는 무엇일까?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

백수현은 자신을 제거하려고 하는 권여진 국장에게 일갈한다. 지금 당신이 옹호하고자 하는 건, 권력과 부가 아니라 '살인'이라고. 그런 백수현의 말에 권여진은 외려 백수현은 물론, 그의 수족과 같은 방송국 사람들마저 배제시키려 한다. 

겹겹이 쌓아 올린 사건,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건 로얄 더 힐이라는 상류계급 사람들의 민낯이다. 그들은 최준영이라는 한 소년이 유괴 살해된 사건을 경과하며 저마다 가진 아킬레스건을 마주한다. 로얄 더 힐이라는 견고한 성에 도달한 줄 알았더니 그들이 쌓아 올린 건 '사상누각'이었다.

당대 최고의 언론인인 백수현은 약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쫓아다니는 과거의 악령에 시달린다. 과연 그가 마주하지 못하는 건 그저 '과거'일까? 그의 아내 은호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지만, 그녀가 지키려는 가정에 남편과 아이는 ‘실재'할까? 마찬가지로 오장호가 집착하는 건 은호일까, 은호에게서 보이는 죽은 아내일까?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

이런 식이다. 등장인물 모두는 현재를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그들이 지키려는 현재는 준영이의 살해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그림자에 눌린다. 차서영은 오랜 경쟁자 백수현을 제치고 앵커 자리를 차지했지만 기뻐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녀가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녀의 남편 최남규도 마찬가지다. 그저 차서영을 자신의 손에 넣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의 손에 남은 게 없는 듯하다. 번듯한 사회 저명인사가 되어 살아가는 이들. 그런데 그들은 모두 '길'을 벗어났다. 과연 그 길의 끝에서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층층의 퍼즐, 그 끝에서 드라마는 모두의 솔직한 언어를 드러낼까? 

지진희를 물론 천호진, 안내상, 윤세아, 김뢰하, 김혜은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의 포진만큼이나 매회가 마지막 회인 듯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더 로드>. 과연 그 끝에 시청자들이 마주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모처럼 꽉 짜인 서사의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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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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