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당시 "목숨으로 책임졌다"는 발언을 했다고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밝히면서 여성계 비판이 제기된다.

2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논평을 내어 문 대통령이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1일 강 전 대변인은 저서 <승부사 문재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문 대통령의 발언들을 공개했다. 지난해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을 당시 문 대통령이 "(피해자에게)목숨으로 책임진 건데, 조문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발언한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실제 조문을 가지는 않았고, 노영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로 조문을 했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승부사 문재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힙뉴스)

이날 공개된 내용은 책의 가편집본으로 최종본에는 해당 내용이 담기지 않는다. 강 전 대변인은 2일 KBS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출판사에 보낸 최종본에는 해당 내용을 뺐는데 기자간담회에서는 그 직전 가편집본이 공개돼 유감"이라며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충분히 설명을 했고, 현장에 온 기자들은 대부분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용기 내어 피해사실을 법적으로 규명하고자 결정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사망할 경우 피해자의 피해사실은 법적으로 규명되기 난망해진다"며 "이미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를 진실 공방의 늪으로 빠트린 목숨을 두고, ‘책임을 졌다’고 말하는 건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을 덮고 고통 속에 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조문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한 것은 철저히 박 전 시장과의 친분 관계만을 고려한 인식"이라며 "역으로 말하면 '위력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것', '성폭력 피해자의 일상과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호하는 것', '성폭력 한국사회를 끝내고 성평등 한국사회를 여는 것'이 대통령의 공적 과제 시야에 없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정치네트워크는 "대통령의 이 발언은 부끄러워서 차마 드러내지 못할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강 전 대변인은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낼 포인트라 생각한 듯 여과없이 이 문제적 발언을 드러냈다"면서 "박 전 시장의 죽음은 공무를 수행하는 서울시장으로서나, 개인으로서나 가장 무책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셀프형은 없다. 법치주의하에서는 피소되면 수사, 재판받고 선고된 형기를 이행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지는 행위"라고 밝혔다.

한편, 강 전 대변인의 대통령 회고록 출간에 청와대 안팎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강 전 대변인 저서 속 발언 사실관계를 묻는 기자들에게 "전적으로 저자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KBS는 "청와대에서 요직을 지낸 공직자가 해당 대통령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대통령 발언이나 구체적 정책 과정을 설명하는 책을 출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면서 "'상도의에 맞지 않는 일'(여권 관계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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