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방송의 날을 맞아 노동자 권리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방송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억압하려는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표준근로계약서 의무화, 주 52시간제 준수, 산재 예방 정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방송작가유니온, 방송스태프지부 등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일 상암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송의 날은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날”이라면서 “방송 노동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100명의 노동자가 필요하다면, 2명~3명을 제외하면 모두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라고 강조했다.

3일 상암 MBC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기영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들은 “방송사들은 타인의 노동 문제를 말하는 것에는 적극적이어도, 자신들의 노동 문제를 말하는 것에는 터무니없이 인색했다”며 “방송사들은 철저하게 이해관계를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었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어떠한 환경에 놓여있는지에는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노동 현장을 철저하게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일변도로 만들며 최대한 노동에 대한 비용을 줄이기에 여념이 없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과거에 취해 있는 방송사에 과연 미래가 있는가"라며 "방송사가 타인의 부정을 지적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방송의 날을 몇몇 방송국과 관료들을 위한 위선의 날이 아니라, 방송 노동자의 날로 만들 것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이들은 방송사에 ▲표준근로계약서 의무 작성 ▲주 52시간제 준수 ▲노동자 안전 보호 및 산업재해 예방 정책 마련 ▲방송 제작 현장 괴롭힘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아동·성 소수자·장애인 인권 존중 및 차별 방지 대책 마련 ▲프로그램별 협의체 설치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가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영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방송의 날’은 방송을 위한 날이지 방송인을 위한 날이 아니다”라며 “수많은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는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니라서 그러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KBS에서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를 고발하려 한다”며 “실제 변화가 만들어질 때까지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