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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밤업소 미실 이휘향의 등장으로 전세역전[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2.01.11 11:09

빛과 그림자가 마침내 상승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줄곧 당하기만 했던 강기태와 삼류로 전락한 빛나라 쇼단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톱스타는커녕 한물간 스타도 없는 빛나라 쇼단이 서울서 가장 큰 나이트클럽 쇼 전부를 맡게 된 것이다. 단원들에게 일자리를 잡아주겠다고 약속한 날짜를 불과 이틀 남겨 두고 벌어진 행운이었다. 게다가 골든아워에는 최고 영화배우들을 단타로 무대에 세우는 수완까지 보이며 강기태(안재욱)에게 드디어 성공의 서광이 비치게 된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몰린 강기태에게 찾아온 이 행운은 분명 우연이기는 하지만 억지는 아니다. 어차피 인생에 있어 기회는 교통사고처럼 찾아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강기태에게는 악연의 질긴 끈들이 얽혀있어서 결코 앞길이 순탄치 못할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강기태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행운은 또 다른 복선을 안고 있었다.

   
 
강기태의 빛나라 쇼단이 빅토리아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일종의 어부지리였다. 유신의 살벌한 분위기 속에 청와대 비서실장의 백을 등에 진 세븐스타 노상택(안강길) 단장은 기고만장해져서 빅토리아 나이트클럽을 상대로 무리한 개런티 협상을 벌였다. 당대 최고 스타진을 보유한 쇼단의 당연한 비즈니스이겠지만 상대는 여장부 중의 여장부 송미진(이휘향)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지 못한 무리수였다.

노상택이 상대하는 송미진은 외화 수입쿼터를 잡고 있는 쇼 비즈니스계의 여왕이었다. 그 시대에 여자로서 그런 힘을 가지려면 필수적으로 권력의 뒷배가 필요하다는 것을 노상택은 몰랐다. 자신이 얻게 된 권력의 힘에 도취된 것인지 상대에 대한 정보 없이 싸움을 건 것이다. 물론 송미진도 노상택의 뒤에 장철환(전광렬)이 버티고 있음을 아직은 모르고 있다. 노상택과 송미진의 싸움은 강기태에게 행운이 되었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싸움은 결코 화해될 수 없다는 점이다.

14회 끝장면에 노상택이 송미진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와 무조건 조건에 맞추겠다며 다시 세븐 스타 가수들을 무대에 세워달라 했고, 송미진은 두 말 않고 그러자고 했지만 이 장면은 백 퍼센트 반전을 위한 떡밥에 불과할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석규가 윤평에게 3단분노 장면을 보여주고는 마지막에 “이럴 줄 알았느냐?”며 반전을 보였듯이 송미진 역시 마찬가지 노상택의 백기를 순순히 받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송미진이라는 여자는 여장부다. 험한 밤업소에서 여러 개의 사업체를 꾸려갈 정도면 강단이 선덕여왕의 미실 정도는 될 것이다. 송미진이 강기태에게 빅토리아 전 타임을 맡기게 된 것은 노상택이 다른 쇼단과 담합한 것이 현실적인 이유였지만 그 이면에는 협박에지지 않겠다는 근성과 깡다구가 더 클지 모를 일이다. 그런 송미진은 노상택이 헐레벌떡 찾아와서 백기를 든 이유를 모를 리 없는 것이다.

강기태를 기다리며 사무실 소파에 앉은 모습이 마치 마피아 여자 보스라도 되는 것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는 그리 호락호락 노상택의 뜻대로 움직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노상택은 더 큰 자존심의 상처를 입고 송미진과 강기태를 향한 공격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급기야 둘의 싸움이 결국 중앙정보부와 청와대 비서실의 대리전이 될 공산 역시 크다. 어쨌든 양 권력의 싸움이 어떻게 되든 중요한 것은 강기태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점이다.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빛과 그림자가 그동안 침체되었던 것은 역시나 주인공이 불우해지는 것을 잘 참지 못하는 시청자 취향 때문이다.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결국 주인공에 자신을 이입하게 되는데, 가뜩이나 팍팍한 현실에 주인공마저 불운에 사로잡히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제 강기태의 분발로 드라마 운세도 그림자에서 빛으로 이동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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