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BS 자사 비평프로그램 '아고라'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판한 패널의 발언 내용을 상당부분 편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TBS는 방송분량에 맞춰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패널은 '왜곡 편집'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2일 인터넷 매체 '직썰'의 정주식 편집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TBS '아고라' 방송분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자신의 비판 발언 대부분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편집장은 ▲김어준 씨의 정파성 ▲뉴스공장이 '진보의 가세연'으로 불리는 이유 ▲패널 다양성이 담보되지 않는 정치비평 코너 등을 비판했지만 "통째 날아갔다"고 했다.

서울 상암동 TBS 사옥 (TBS)

정 편집장은 "제가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음절단위로 편집을 해 놓아 중간말은 다 어디가고 AI같이 앞뒤말만 남아 있다. 저럴 거면 이런 프로그램은 왜 하겠다고 나선 걸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정 편집장의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TBS는 "'아고라'는 편집을 전제로 한 녹음 프로그램이다. 진행자 교체 등 개편 후 첫 방송이었던 만큼 넉넉하게 30분 가까이 녹음을 진행했고, 그중 14분을 내보냈다"고 답했다.

TBS는 "출연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발언 가운데 절반이 편집되어 불쾌할 수도 있지만 한정된 방송 시간에 맞춰 분량을 줄여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도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해명했다. 정 편집장이 패널로 참여한 지난달 28일자 방송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의 김어준 씨를 비교·분석하는 자리였다.

정 편집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편집된 내용을 묻는 질문에 "김어준 씨가 정치의 온도가 별로 뜨겁지 않은 평상시, 예를 들면 조국사태 이전만 해도 두 플랫폼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다른 톤과 매너의 진행방식을 가져왔었다"며 "그런데 정치의 온도가 뜨거워지면 두 방송 진행에 있어 본인의 정파성을 드러내 진행방식의 차이가 없어졌다.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편집장은 "지상파 방송에서 그런 식의 정파성을 드러내는 건 문제가 있다. TBS가 김어준 씨를 데려다 방송사 스피커를 키운 것은 분명한 성과이지만, 스피커가 큰 만큼 좋은 소리를 내고 있느냐는 성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편집장은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더'의 정치비평 코너들은 3~4명의 패널이 토론을 하는데, 사실상 패널들이 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이런 패널들을 여러 명 불러 이야기하면서 시청자의 필터버블(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정 편집장은 TBS의 편집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개편 첫회부터 김어준 씨와 '뉴스공장'에 비판적 의견을 내어 온 저 같은 사람을 섭외했다는 게 개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해 수락했다"며 "이런 식으로 편집해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정 편집장은 "제가 악의를 가지고 비논리적으로 김어준 씨와 프로그램을 험담했다면 이해할텐데, 나름의 호의를 다해 비평했음에도 그런 대목들이 삭제된 건 상당히 유감"이라며 "제가 한 긍정적인 얘기는 다 들어가 있고 신랄한 비평은 다 날아갔다"고 했다.

정 편집장은 "차라리 청취자 여론을 고려해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면 직장인으로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편파적 왜곡 편집을 해놓고 단순히 분량이 편집되어 불쾌했을 것이라는 해명은 양심불량, 논점일탈"이라고 지적했다.

정 편집장은 "저는 방송욕심도 분량욕심도 없는 사람"이라며 "방송이 제작진 의도에 의해 왜곡편집되어 나갔다는 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같이 출연했던 다른 패널과 진행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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