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의 예능 나들이가 심상치 않다. 고아라가 지난주부터 강심장, 해피 투게더에 줄지어 출연하는 이유는 영화홍보를 위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것도 동시에 두 영화를 홍보하고 있어 흥미로운데, 고아라는 김명민과 함께 찍은 ‘페이스 메이커’와 박용우와 출연한 ‘파파’ 두 영화를 한꺼번에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헌데, 동시에 두 영화를 홍보하는 것보다 더 신기한 일은 연기자로서 특별한 히트작이 없는 고아라의 홍보가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고아라는 데뷔작인 청소년 드라마에서는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성인연기자로서의 자리매김은 하지 못한 상태다. 2009년 동방신기 유노윤호와 함께 드라마 주연을 맡았지만 시청률은 제목을 그대로 따라가 맨땅에 헤딩을 하고 말았다. 그 후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영화 두 편에 출연하게 된 것도 참 뜬금없다. 아직 개봉하지 못한 영화는 나중에 평가를 받겠지만 두 영화를 위해 예능에 나와 참 열심히 임하는 모습에 호감을 많이 얻고 있다.

영화도 물론 잘 되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강심장을 통해서 홍보아라로 등극할 정도로 조곤조곤하면서도 치열하게 홍보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영화 흥행과 별개로 고아라라는 이름을 한결 더 친숙한 느낌으로 알리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아라의 아주 영리한 모습도 찾아낼 수 있다. 아주 열심히 두 영화를 숨 가쁘게 홍보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이 은근한 자기 홍보라는 것이다.

고아라는 강심장에서 두 영화를 촬영하면서 얻은 부상에 대해서 말을 했다. 파파에서는 춤을 추다가 다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으며, 페이스 메이커를 촬영하다가는 아킬레스건에 염증까지 얻었다는 것이다. 두 영화에서 고아라는 각각 가수와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나오게 된다. 비록 연기를 위해 지독하게 자신을 학대하는 수준까지 만드는 김명민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아직 스무 살을 갓 넘은 예쁘기만 할 것 같은 여배우에게서 듣기 힘든 말이었다.

아직도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은 예능에 대해서 소극적이다. 특히 SM소속 여배우들이 그렇다. 과보호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연희나 고아라는 곱게 포장된 인형 같은 이미지였다. 이번 고아라의 예능 도전은 그런 점에서도 조금은 놀라운 변화였다. SM의 매니지먼트 전략이 수정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아라의 털털하고도 솔직한 모습을 알게 된 것은 영화 두 편 이상의 소득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동안 아이돌 가수들의 부업 무대였던 예능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대대적인 일본 진출로 인해 캐스팅이 어려워진 것도 있지만, 예전처럼 아이돌에 무조건 열광하던 때도 지난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여배우 박예진은 달콤살벌 예진아씨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바 있다. 그리고 런닝맨의 송지효와 힐링캠프의 한혜진은 남자 일색의 예능에 여배우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

이제 여배우들이 예능을 접수할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개그우먼 출신들의 예능활약이 아직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승기의 예도 있듯이 기왕이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아리따운 여배우들이 예능에서 활약해준다면 시청자로서는 그야말로 땡큐가 아닐 수 없다. 해피투게더와 강심장을 통해 본 고아라는 송지효, 한혜진 뒤를 이어 예능에 고정출연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고, 아킬레스 건에 염증이 생길 정도로 작품에 몰두하는 열정이라면 예능도 전혀 문제없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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