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늘 아름다운 것이라지만, 그런 미화는 지나간 모든 것들이 다 눈부셨기 때문이 아닙니다. 기억이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재구성되는 것이고, 현재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추억이 늘 아련하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은 결핍된 무언가를 그 당시에는 가지고 있었기에, 도무지 되찾을 수 없는 보물을 가지고 있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그때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극복했다는 반성과 성장의 고백이 아닌 자신의 과거를 손가락질하며 후회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습니다. 어떠한 부분을 지적하든지간에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준 소중한 조각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찾을 수 없는 아름다움도 품고 있습니다. 그때의 실수는 다시 되풀이하지 않게 해준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매도와 후회만으로 그 시간을 추억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일 뿐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자기뿐만 아닌 자신과 연관된 사람까지 연루시켜 매도한다면? 그 어리석음은 도를 넘어서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인 기억에 의지해 다른 사람의 과거까지도 함께 부정적으로 덧칠해버리는 예의 없는 짓이거든요.
사실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그녀가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이야기들을 긴 시간동안 이어 붙인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살인적인 스케줄 소화에 지쳐버렸고, 기계 같은 아이돌의 일상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시 슈가의 에이스였던 아유미에게만 집중되는 관심에 불만을 가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또 한 번 강조했습니다. 처음엔 자신이 중심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슈가가 아유미와 아이들이 되어버리는 것에 한마디로 짜증이 났다는 거죠. 왜 자기 위주로 돌아가지 않는가에 대한 불만, 그것이 그녀가 슈가를 탈퇴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이유였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입니다. 그녀도 아유미도 다른 길에서, 심지어 한국과 일본이라는 다른 활동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태여 아직까지도 일방적인 피해자인 것 마냥 당시의 상황을 반복해서 말하는 황정음의 발언은 곱게 보이지 않아요. 과연 그녀의 억울함이 정당한 것이었을까요? 모든 아이돌의 생존 전력은 우선 에이스를 선발대처럼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그 인지도를 기반으로 같이 살아나는 인지도 몰아주기입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슈가가 그나마 아직까지도 대중의 기억 속에 살아있다면 그것은 혼자서 고군분투했던 아유미의 분발 덕분입니다. 황정음이 지옥 같았다던 아이돌의 스케줄 속에서도 더 바쁘게, 치열하게 활동해야만 했던 아유미의 고생은 단순히 그녀 혼자서 빛이 나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슈가 그룹 전체를 위한 희생의 일부분이었다는 생각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