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계획하고 있는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 방송을 반대하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주디스 버틀러는 소아성애자이고 근친상간을 지지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성소수자 옹호자들을 ‘모든 금기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전형적인 혐오 논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BS는 지난달 30일부터 강연 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를 방송하고 있다. 강연자는 유발 하라리, 마이클 샌델, 주디스 버틀러, 폴 크루그먼 등 세계적 석학 40인이다. ‘젠더’ 분야 지성인인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은 9월 21일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EBS 제공)

EBS 시청자 게시판에 지난달 30일부터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반대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찬성 의견도 이에 못지않다. 강연을 반대하는 측은 ‘소아성애 근친상간을 옹호하는 버틀러의 강연은 교육방송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찬성하는 측은 ‘버틀러는 대표적인 퀴어·페미니즘 이론가로 소아성애, 근친상간을 옹호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강연을 반대하는 측 주장은 지난달 31일 국민일보에 게재된 정일권 전 숭실대 기독교대학원 교수의 칼럼과 다르지 않다. 정 전 교수는 <퀴어 이론과 젠더페미니즘의 대부 푸코, 어린 소녀들 상대로 성폭력> 칼럼에서 버틀러가 소아성애를 지지하며 근친상간 금기를 해체한다며 (중략)성인지 감수성을 말하는 젠더페미니즘은 ‘푸코적 페미니즘’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서는 먼저 최근 폭로된 미셸 푸코의 동성애적 소아성애 혹은 남색을 다루고자 한다”며 “버틀러는 푸코의 근친상간 해체시도도 계승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교수는 해당 칼럼에서 지난 3월 28일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교수가 ‘선데이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폭로한 내용을 제시했다. 기 소르망은 1960년대 말 튀니지 미셸 푸코의 집에서 푸코가 8~10세 아이들에게 돈을 던지고 오후 10시에 묘지에서 만나자고 말했다며 어린 소년들과 동성애적 소아성애 남색을 했다고 폭로했다. 기 소르망의 폭로는 독일 ‘슈피겔’,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 등에 실렸고 우리나라 언론도 다뤘다.

정 전 교수는 “푸코는 ‘성인을 유혹하는 소아들의 성 욕망’을 주장하는데 푸코뿐 아니라 버틀러도 이런 주장을 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며 “푸코, 버틀러, 그리고 헨티히 교수 등이 말하는 ‘성인을 유혹하는 소아들의 성 욕망’은 소아성애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적 ‘가스라이팅’이고 ‘그루밍’”이라고 했다.

8월 31일자 국민일보 미션면에 실린 칼럼

하지만 푸코가 소년 성착취를 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 중인 사안이다. 프랑스 주간지 ‘롭스’(L’OBS)는 5월 6일 기 소르망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롭스에 따르면 푸코는 ‘반(反) 아동성애자’였으며 기자가 튀니지 마을주민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푸코에게 피해입은 사람도, 증언자도 없었다. 게다가 푸코는 당시 반정부 급진적 학생운동을 지지하던 터라 정부의 감시를 받았기 때문에 소년성애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았을 거란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기 소르망은 직접 행위를 본 적은 없으며 당시 아이들 나이가 얼마나 어렸는지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대표는 1일 미디어스에 “푸코가 페미니스트인지 모르겠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젠더의식이 모호하다고 평가받았다"면서 “버틀러가 푸코의 페미니즘 사상을 받아들였다고 말하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버틀러는 석사 논문 등에서 푸코보다는 헤겔, 프로이드를 더 많이 인용했다”고 반박했다.

권김 대표는 “버틀러는 근친상간을 옹호한 적이 없다. 버틀러가 안티고네의 죽음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근친금기가 어떻게 질서 안에 수용되게 됐는지를 언급한 적은 있으나, 근친옹호를 얘기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권김 대표는 “버틀러가 옹호한 건 동성애·성소수자”라며 “버틀러를 공격하는 ‘소아성애 찬성, 근친상간 옹호’ 프레임은 전형적인 동성애 반대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소수자를 옹호하면 반대자들은 ‘소아성애도 되냐’ 등의 온갖 금기시 되는 것들을 끄집어와서 논의 자체를 다른 차원으로 만들어버린다. 성소수자 옹호자들을 ‘모든 금기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전형적인 혐오 논리”라고 비판했다.

권김 대표는 “90년대 이후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이론가, 퀴어 이론가로서의 권위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가장 분노하는 건 주디스 버틀러를 비판하기 위해 푸코의 계승자라는 위치로 끌어내린 거다. 버틀러는 본인 스스로 만들어낸 이론적 전제들이 굉장히 많기에 EBS에 젠더 대표 석학자로 출연하기 충분한 인사”라고 밝혔다.

EBS는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예정대로 방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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