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기소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언론은 성향을 막론하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피의자 의견제시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애초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삼은 배경에 의구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조 교육감 혐의를 사실상 유죄로 단정해 온 보수언론에서 공수처가 책임회피를 위해 공소심의위를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공소심의위는 30일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을 의결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등 해직교사 5명이 특별채용될 수 있도록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심의위는 공수처 자문기구 성격을 띄고 있다. 공수처가 공소심의위 기소의견 권고에 따라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육감측은 이날 공소심의위 절차에 대해 "반인권적 태도"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공소심의위에 출석해 진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회의 개최 일정도 통보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공소심의위 재개최 요청서를 제출했다.

31일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공소심의위의 절차적 문제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심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의견 진술권은 배제한 채 공수처 수사팀의 의견만 듣는 공소심의위의 운영 구조를 두고는 절차적으로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의견 진술 기회를 주어야 마땅했다"고 썼다.

한겨레는 공수처 예규상 피의자가 공소심의위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며 "피의자 처지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이 따로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치된 공수처가 피의자 방어권 보장에 있어서 검찰만도 못하다면 부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조 교육감 사건을)직권남용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피의자 쪽에도 의견 진술 기회를 주는 것이 공소심의위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됐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검찰은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애초 공수처가 이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삼은 데 대한 의문점을 나열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통해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정하고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조 교육감 혐의는 공수처 수사가 가능한 '직권남용'으로 변경되었다. 또 공수처는 일반 공직자인 조 교육감을 기소할 수 없어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창공무원에 한정돼 있다.

경향신문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판검사 관련 사건도 아니고, 검찰개혁이라는 공수처 출범 취지와도 거리가 멀어 논란이 일었다"며 "다른 형사사법기관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부담이 적은 사안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수사·기소 등과 별개로, 교육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해직된 교원들의 지위를 원상회복하는 문제는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공수처가 사건의 책임을 공소심의위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법조계·학계·언론계 및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소심의위가 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공수처 수사가 부당하다고 반발해 온 조 교육감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며 "공수처가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외부에 떠넘겼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공수처가 수사 결과를 토대로 당당하게 결정하면 될 일인데 굳이 공소심의위를 소집해 의견을 구한 것은 군색한 처신"이라며 "기소권이 검찰에 있다. 그런데도 1호 사건으로 낙점해 첫 단추를 잘못 뀄고 최종 결정도 외부에 미루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공수처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8월 31일 한겨레, 조선일보 사설 제목

조 교육감 혐의를 사실상 유죄로 단정해 온 조선일보는 공수처의 공소심의위 소집이 조 교육감 수사에 대한 여당의 비판을 의식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조희연 기소' 자문하는 데 넉 달,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나>에서 "문제는 문재인 정권에선 혐의가 아무리 중하고 명백해도 피의자가 정권 쪽 사람이면 기소조차 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라며 여당 대선 후보와 의원들 공수처를 향해 맹공을 퍼붓자 공수처가 책임회피를 위해 공소심의위를 소집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제대로 된 수사기관이라면 이미 수사를 끝내고 기소를 마무리했을 명백한 사안"이라며 "이러니 국민이 볼 때도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어쓰냐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한편,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수사 대상을 둘러싼 논란은 공수처와 검찰 간 권한 다툼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조 교육감 사건 처리를 두고 공수처와 검찰 간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수사 대상에 대해 '공소 제기'를 요구했을 때,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두 수사기관의 입장은 갈린다. 공수처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경찰처럼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와 검찰은 '불기소 처분'과 '공소 제기' 등을 두고 서로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수처는 기소권 없는 사건에 있어 공수처 '검사'의 권한을 강조해 불기소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기소권이 없으면 불기소권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 <공수처의 조희연 기소 판단, 검찰 괜한 견제 말아야>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신생조직인 공수처를 견제하는 불협화음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다만 검찰과 공수처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수사 대상의 공소제기 절차에 대한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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