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 7월 시청자위원회에서 ‘중립성’, ‘진실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시청자위원회에서 박성제 사장은 “두 개 모두 소중한 가치이지만 진실을 이기는 중립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7월 MBC 시청자위원회’에서 이종현 시청자위원이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보도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전 총장 출마 기자회견(6월 29일)과 이재명 지사 출마 기자회견(7월 1일)을 다룬 보도가 편향적이었다고 지적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6월 29일 주요 보도와 7월 1일 보도 화면 갈무리

이종현 위원은 “<뉴스데스크>는 양일간에 걸쳐 두 유력주자의 출마 소식을 집중 보도했지만 논조에 미묘한 차이가 있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소식을 보도한 뉴스에서는 상당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유지되는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출마와 관련한 논조는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경향이 짙었다”고 했다. 이 위원은 “헤드라인이나 메인 앵커의 보도 멘트만 보더라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윤 전 총장 뉴스 헤드라인은 출마 선언의 내용이나 가치를 전달하기보다 의혹이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고, 앵커멘트가 “전언 정치만 해왔다”, “모호한 답변으로 선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등 부정적인 어휘와 톤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 지사 뉴스 헤드라인은 출마 선언의 핵심 내용이나 가치, 비전을 강조하고 후보자의 정정당당한 입장을 부각했다고 주장했다. 앵커멘트 역시 “실용적 민생 개혁을 외친다”, “추진력을 강조했다”, “정면 돌파의 의지를 보였다” 등 긍정적인 어휘와 호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뉴스데스크가 중립성과 공정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시청자위원의 생각을 달랐다. 김윤미 위원은 “<뉴스데스크>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작년부터 이어진 윤석열 씨에 대해 다수 언론이 과도한 보도를 통해 대선 주자를 띄웠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언론이 키운 윤석열 후보에 대한 검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시청자위원들에게 “기계적 중립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로 인해 보도하는 이들의 발을 묶는 건 아닌지 싶다”며 “뉴스 전달자로서 MBC가 기능하는 것이 맞는지, 중립성과 공정성이 무엇이냐는 부분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희 위원은 “언론이라면 무슨 발언이 있었는지보다 그 발언이 어떤 내용이고 무엇이 부족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추가로 검증할 것은 무엇인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며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기자회견 질문을 보면 정치 사회에 관련된 질문이 많았고 경제, 외교, 북한, 소수자, 인권 관련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MBC는 ‘대선주자가 앞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이에 따른 보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항섭 위원은 “공직자 및 그의 가족, 친인척에 대해 엄격히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공영방송, 언론의 중요한 의무”라며 “그동안 역사를 통해 그렇지 못했을 때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연결된 경험이 있기에 공영방송의 의무가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장원 통합뉴스룸국장은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 자체가 미래지향적이기보다 과거 지향적인 측면이 강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최 국장은 “윤 전 총장의 경우 출마 선언이 15분 분량인데 절반 이상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며 “윤 전 총장의 출마에 어떤 입장이 있다기보다는 윤 전 총장이 국민에게 보낸 메시지를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보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 관련 보도가 긍정적이었다’는 의견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출마선언문 내용 자체가 후보가 지향하겠다는 가치를 집중적으로 설명하는데 맞춰있어 타사 보도도 비슷한 논조로 나갔다”며 “보도 논조가 호의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 출마선언문의 핵심 메시지가 달랐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의 의혹 보도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 국장은 "판사사찰의혹, 장모재판 관련 내용은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보도"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최고 권력에 도전하는 대선후보는 무한 검증의 대상이고 분명하게 주권자에게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판사사찰 의혹, 장모의 재판 관련 소식, 윤석열 부인과 관련해 검찰에서 진행 중인 수사 내용 등은 MBC 뉴스에서만 별도로 정리했다”며 “언론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7월 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한편 이날 시청자위원회에서 MBC 기자의 ‘경찰 사칭’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성제 사장은 “저희가 무조건 잘못한 사안이고 어제 방송문화진흥회 가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조사결과가 나오면 가장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개할 것이고 엄중하게 사규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사후 처리할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MBC는 지난 10일 경찰을 사칭해 취재한 자사 취재기자에 대해 정직 6개월, 취재PD는 감봉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관리자의 취재과정 개입은 없었다”며 “사규 위반, 취재윤리 위반으로 판단했다. 진상조사위는 MBC에 방송제작가이드 개정·보완과 기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취재윤리 인식 제고, 시스템 재정비 등을 권고했다. (▶관련기사 : MBC, ‘경찰 사칭' 취재기자 중징계 ‘정직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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