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의 명예졸업과 바비킴의 탈락으로 나는 가수다에 새 가수가 두 명이 등장했다. 파워 디바 신효범과 나는 가수다 사상 최연소 가수인 테이가 그 주인공들. 신효범은 가창력, 인지도 무엇 하나 걱정할 것 없는 가수다. 다만, 발라드 위주로 노래했던 테이의 과감한 도전정신이 기대됐던 무대였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소위 새 가수 프리미엄은 신효범에게 독점되었고 테이는 첫 무대에서 6위를 기록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김연우, 조규찬에 이은 광탈도 예상할 수 있는 불안한 출발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가수다에 합류한 거의 모든 가수들이 보였던 긴장감과 떨림을 거의 보이지 않았던 신효범은 등장과 함께 무대를 가득 메우는 존재감과 당당함으로 1위에 올라 기염을 토했다. 신효범은 인순이의 이별연습을 들고 나왔는데, 선곡이 의미심장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지만 자신의 해석으로 원곡의 장점을 들려주고 싶다는 자신감이 배여 있었다. 또한 적어도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꼼수를 부리지는 않겠다는 디바의 자존심도 읽을 수도 있었다.

신효범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 비키니를 입을 각오로 미쳐보겠다고 했다. 또한 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도전으로 가슴 설레고 싶다는 신효범은 호평과 찬사가 아니라 비난도 듣고 싶다고 했다. 어쨌든 90년대의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추억과 기대를 안고 무대에 선 신효범은 우선 변함없는 디바의 가창력을 보여 안심할 수 있었다. 한 10년쯤 뜸했던 가수를 다시 만날 때는 설렘도 크지만 혹시라도 목이 버렸을지 모를 두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신효범은 낯선 노래를 전혀 낯설지 않게 들리게 했다. 한창 때의 풋풋함 대신 원숙함으로 무대를 점차 자신의 느낌으로 지배해갔다. 힘 있는 가수의 존재감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한 무대였다.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느긋하게 감상 자세를 취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거의 첫 발성과 함께 신효범은 다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나는 가수다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줬다.

신효범의 등장과 함께 흥미로운 가설도 하나 등장했다. 임재범, 김범수 등 나가수에 돌풍을 불어온 가수들에 이어 이름에 ‘범’자가 들어있다. 그래서 신효범의 등장과 함께 나가수에 범의 법칙이 생기지 않나 하는 강력한 예감을 갖게 했다. 윤종신이 진행하는 케이블 프로그램 비틀즈코드의 평행이론이 문득 떠올랐다.

나가수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과 논란이 존재하지만 신효범은 나가수에 가장 적합한 가수 중 하나로 생각된다. 이런저런 장치를 빼고 오로지 가수가 가진 음악성 하나로 청중을 움직일 수 있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신효범에 대한 불안은 첫 무대를 통해서 말끔히 가셨으니 이제 기대할 일만 남았다. 신효범이 본래 가진 풍부한 서정성과 이제 나이를 먹어 얻게 된 완숙함이 더해져 다시 인생이 담긴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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