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현준은 지난 시즌 13승을 거두며 LG의 에이스로 급부상했습니다. 2008년 이후 3년 간 10승 이상을 기록한 봉중근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박현준이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며 실질적인 제1선발 역할을 맡았습니다.

박현준은 지난 시즌 13개의 피홈런으로 최다 피홈런 공동 9위를 기록했습니다. 29경기에 등판해 163.2이닝을 소화했으니 상대 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 박현준 ⓒ연합뉴스
홈런을 허용한 12경기에서 박현준은 6승 3패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3패는 모두 홈런으로 결승타를 내준 경기였습니다. 가정에 입각한 결과론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만일 홈런을 내주지 않았다면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홈런을 허용한 이닝 또한 초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홈런을 내준 12경기 중 선발로 등판한 것은 11경기인데 그중 1회와 2회에 홈런을 허용한 경우가 7경기나 되며 3회까지 포함하면 9경기나 됩니다. 즉 초반에 홈런을 허용해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는 박현준이 항상 초반에 제구가 좋지 않은 고질적인 약점과도 연결됩니다.

박현준이 홈런을 허용한 타자들의 면면을 분석하면 좌타자가 기록한 홈런이 6개입니다. 13개의 피홈런 중 6개라면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사이드암 박현준이 선발로 예고될 경우 상대 라인업이 좌타자 위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좌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느라 우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현준의 피홈런 기록 중 가장 어이없는 것은 홈런을 많이 터뜨리는 거포들보다 그렇지 않은 소위 ‘똑딱이’ 타자들에게 많은 홈런을 허용했다는 것입니다. 박현준에게 홈런을 빼앗은 타자는 12명인데 그 중 지난 시즌 1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린 것은 두산 최준석(15홈런)과 한화 강동우(13홈런)뿐입니다. 홈런을 허용한 12명의 타자 중 10명의 타자가 거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2009년 데뷔 이래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삼성 김상수에게 데뷔 첫 홈런을 비롯해 2개의 홈런을 빼앗긴 것은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김상수 외에도 삼성 채상병, 넥센 김민성, 한화 고동진, KIA 김원섭 등 시즌 내내 5개의 홈런도 터뜨리지 못하는 ‘똑딱이’들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은 새 시즌을 앞두고 복기해야 할 듯합니다. 중심 타선의 거포들을 상대로는 장타를 허용하지 않다 테이블 세터진이나 하위 타선의 타자에게 홈런을 많이 허용한 것은 집중력의 문제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홈런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투수 입장에서 피해야 하지만 박현준의 기록을 종합하면 경기 초반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해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이없는 피홈런은 상대 팀의 기를 살려주는 동시에 LG의 동료 선수들을 맥 빠지게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LG는 지난 시즌 종료 후 FA와 군입대로 주전 선수 다수가 이탈해 올 시즌 전망이 어두운 것이 사실입니다. 유일하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외국인 투수 주키치와 리즈와의 재계약에 성공해 선발 투수진에서만큼은 전력 손실이 없다는 점입니다. LG의 선발진이 작년과 동일한 무게감을 지니기 위해서는 제1선발 박현준이 실질적인 2년차 징크스에서 자유로워야만 합니다. 따라서 작년과 같은 ‘어이없는 피홈런’을 줄이는 것이 박현준의 당면 과제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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