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문자 메시지 5993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최근 신남성연대로부터 문자 폭탄 공격을 받았다. “떼법에는 떼법으로 맞서자”, “급진 페미니스들에게 맞서는 정상인들의 화력을 보여주자” 등 동일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였다.

26일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 토론회에서 용 의원은 문자 폭탄 사례를 소개하며 “유권자들의 의견전달로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백래시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자를 보낸 주체로 반여성주의 성향 단체인 ‘신남성연대’가 지목됐다. ‘신남성연대’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5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온라인 기사에 좌표를 찍어 악성 댓글을 남기는 등 조직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를 벌이고 있다.

지난 22일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를 규탄하는 릴레이 시위'를 진행 중인 여성단체 ‘해일’이 공격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일'이 1인 시위를 진행하려던 중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 등이 영화 ‘조커’ 분장을 한 채로 따라다니며 고함을 지르고 물총을 쏘는 등 방해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점차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최신의 백래시는 그동안의 사회운동 방식을 베껴 ‘남성인권운동’이란 의제로 전략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를 만들고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이슈 파이팅하듯 집단행동을 기획해 더 많은 남성들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식이다.

이 사무국장은 “노골적으로 여성을 능멸의 대상으로 여기고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폭력과 착취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놀이’가 돼버린 상황에서 신남성연대를 비롯한 백래시를 개개인이 견뎌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집게손가락’ 논란처럼 혐오 공격이 마치 정당한 요구나 권리처럼 인정되자 승리의 경험을 축적하며 기세가 커졌다는 평도 뒤따랐다.

백래시를 키우는 데 정치권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제1야당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재보궐 선거가 끝난 후 성공요인을 이대남에게 돌리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기반을 다졌고, 그걸 보던 더불어민주당은 손쉽게 자신들의 패인을 페미니스트들에게 돌리는 데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안 사무국장은 “제1야당의 대표는 구조적 차별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공정론을 들이대며 페미니즘을 공격하고, 손가락 모양을 두고 남성혐오자들의 기획이라는 주장에 정치적 힘을 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손가락 모양과 남성혐오를 연결 짓고 불공정과 페미니즘을 등치시키는 프레임을 제1야당이 조장하고 집권여당이 묵인한 결과 여성주의 운동에 대한 백래시는 ‘전방위적 공격’의 상태로 나아갔다”며 “그 결과 젠더폭력의 문제와 이를 바꾸기 위한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는 손가락과 숏컷 목소리에 묻혔다”고 토로했다.

대응책으로 여성단체들이 해온 '연대 강화'가 강조됐다. 안소정 사무국장은 "2021년 필요한 정치 비전은 성평등을 주류화하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성평등이 시대적 과제임을 각인시키는 데 페미니스트들의 연대의 힘이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신남성연대의 폭력적인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있는 운영지침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거대한 역행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교차적 연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백래시 흐름에 맞서 만들어진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도 연대체 중 하나다. 황 국장은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운동과 현장을 모아내 이 반경에 대한 반격을 할 수 있기를, 차별과 혐오에 당당히 맞서 평등을 쟁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효린 사무국장은 “백래시는 전 세계 여성운동 현장에 언제나 존재했고 페미니즘 운동이 대단해질수록 반격도 거세져왔다”며 “백래시에 대항하는 주체를 정의를 지향하는 연대자들과 더 많이 연결하고 압도할 수 있는 세력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용혜인 의원은 “국회에서 여성들의 정치 영입 통로를 넓히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당연한 걸 당연하게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백래시에 주눅 들고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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