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원로학자 유재천 전 한국언론학회장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언론자유를 강조하는 인터뷰를 동아일보와 진행했다. 유 전 언론학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KBS 이사장으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해임하는 데 앞장선 이력이 있다.

유 전 이사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 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악법”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23일자 지면에 실린 <“5배 손배 언론법, 민주주의 말살 역대 정부 언론규제 중 가장 악법”> 기사

유 전 이사장은 “이전 정권들에서도 언론을 규제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 정권에서 제일 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5배의 손해배상으로 징벌하겠다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이사장은 민주당을 향해 “현 집권 세력은 지난 민주화 투쟁을 명분으로 삼으며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었던 사람들 아닌가”라며 “이제 와서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모순을 버젓이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진영논리에 갇혀 자신들의 정치 이념과 맞지 않는다고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발상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다원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유 전 이사장의 지난 행보와 모순적이다. 유 전 이사장은 한국언론학회장, 한국방송학회장,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2008년 5월 KBS 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유재천 이사는 정연주 사장 퇴진을 요구해온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였다. 공발연은 2006년 정연주 사장의 연임 저지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 ‘반 정연주 단체’다.

유재천 이사는 2008년 6월 초 KBS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정연주 사장을 만나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자진 사퇴를 권했다. 정 사장이 이를 거부하자 8월 8일 KBS 이사회는 정 사장 해임에 찬성하는 6명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했다. 3일 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안에 서명하며 정부가 KBS 사장 교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청와대 방송장악 배후’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의혹은 2018년 ‘KBS 진실과미래위원회’가 2008년 청와대 문건을 입수·공개하며 사실로 확인됐다.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이 KBS 사장 후보자들과 만나 정 전 사장 후임자 결정을 위해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KBS 이사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 상지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유 전 이사장은 2017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꼽은 ‘정권 언론장악 부역 언론인 50인’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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