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국면을 앞두고 환경·언론·부동산 정책 등에서 퇴행을 선택한 모양새다. 민주당은 19일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탄소중립기본법과 언론중재법을 단독처리하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준 완화 법안을 국민의힘과 합의처리했다.

이날 민주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을 단독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의무사항은 빠진 채 목표만 명시되었고, 애초 설정한 목표치가 후퇴했다는 비판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그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논의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 목표는 시행령에서 규정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의당 등은 2010년 대비 최소 45~50% 이상 감축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의 권고안은 '2010년 대비 50% 이상 감축'이다.

이에 민주당은 '2018년 대비 35% 이상'이라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를 활용했다. 민주당 안호영·노웅래·윤준병, 국민의힘 김웅·홍석준, 무소속 윤미향 등 6명의 의원으로 안건조정위가 구성됐다. 안건조정위는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안건을 전체회의에 회부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 찬성으로 조정안은 가결됐다.

20일 경향신문은 기사 <의무 지우고 목표… 후퇴한 2050 탄소중립>에서 "논란이 됐던 법안명과 내용에 '녹생성장'이 반복적으로 들어간 것과 '35%'라는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애초 발의된 민주당 이소영, 정의당 강은미 의원안에서 2050 탄소중립을 '국가가 달성해야 한다'는 의무로 규정했던 것보다 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차준철 논설위원은 <[여적] 녹색 없는 녹색성장>에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양립할 수 없는 개념임이 자명한데 이를 병기했다"고 지적했다. 차 논설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등을 전례로 들며 "생존의 당면 과제인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예전 그대로 성장을 중시하자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18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황인철 기후위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관련 기사에서 "기후운동단체와 정의당, 국민의힘은 모두 즉각 반발했다"며 "시민사회단체 300여곳이 참여하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9일 규탄 성명을 내어 '정부 여당은 그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탄소중립 녹색성장법을 이제라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기사 <"조롱거리 될 수치"…온실가스 35%만 감축하겠다는 '기후위기 대응법'>, <"2030 탄소감축 비율, 최소 40% 넘겨야" 환경단체들 반발>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날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종부세 과세기준을 공시지가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추가 공제액은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조정됐다. 국회예산정책처 통계 기준으로 과세기준이 상향되면 약 9만명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 역시 약 66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의 상위 2%안(2021년 기준 10억 6800만 원), 국민의힘의 12억 원안이 통합돼 결정된 안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이 13년만에 올라간 것으로 대선을 앞둔 거대 양당이 '부자 감세'를 선택해 집값 안정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일보는 기사 <'부자 감세' 위해 여야 의기투합… 종부세 기준 9억에서 11억으로>에서 "민주당은 고가 주택 보유자의 표심을 지키게 됐다.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된 유주택자의 민심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거꾸로 말하면, 민주당은 진보 정체성을 포기하고 '부자 감세'를 해준 셈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결과적으로 국회 기재위는 불과 1년 전 종부세율을 높이는 종부세 강화안을 처리해놓고 이번에는 공제 기준액을 늘려 종부세를 깎아주는 완화안을 통과시킨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부세 '과세기준 11억' 상향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여야 합심해 '종부세 후퇴', 이러고도 집값 안정 바라나>에서 "이러고도 집값 안정을 들먹인다면 위선이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종부세 완화를 집요하게 주장해온 것은 국민의힘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로 만든 것은 결국 여당"이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사설 <'상위 2% 종부세' 말하다 '11억원 기준'으로 표변한 민주당>에서 "민주당의 이날 법안 처리에는 논리도 없고 명분도 없다. (중략)결국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버티면 이긴다'는 속설을 재확인시켰다"며 본회의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안건조정위를 거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허위·조작보도 개념의 모호성과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기사열람차단청구권 등 독소조항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민주당은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형태로 입법 속도전을 펼쳤다. 국민의힘, 정의당, 언론현업단체,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고 반대했지만 이달 본회의 처리가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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