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미디어스 기고문에서 총선 대선을 앞둔 현재의 정치 지형을 ‘쥐들의 시간은 끝났고 강남 갔던 제비들은 돌아오고’라고 표현했다. ‘강남 갔던 제비들’이란 친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MB 정권 끝머리, 친노의 귀환은 두드러진다. 민주통합당의 ‘혁신과 통합’, ‘국민의 명령’, 통합진보당의 ‘국민참여당’ 등 범 친노는 세 갈래로 나뉘어 복권과 귀환을 서두르고 있다. 친노도 각론에 있어 결이 다를 수 있다. 혹자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분산투자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친노의 귀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4일 한겨레는 민주통합당의 호남 출신 정치인들을 겨냥해 ‘인적 쇄신 없고 기득권 포기 없어 국민감동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겨레는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한나라당의 쇄신 바람을 앞서 깔았다. 국민은 감동을 원하는데 구 민주당 인사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겨레가 거론한 호남출신 정치인은 3선의 김효석 의원, 4선의 천정배 전 최고위원, 서울 출마를 선언한 4선의 정세균 최고위원, 정동영 전 최고위원, 5선의 김영진·박상천·김충조 의원, 4선의 정균환·한광옥 전 의원, 김덕규 전 국회 부의장 등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겨레의 지적이 괜한 게 아니라는 점에 수긍할 수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했던 민주당에서 누릴 것은 누린 인사들이다. 한겨레 보도는 민주통합당이 전국정당으로 발전해 나가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이들의 기득권이 희생의 제물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지난해 1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신임지도부 및 민주진보통합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다소 애매한 질문을 던져보자. 민주통합당에는 구 민주당의 호남 출신 인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엄연하게 친노도 존재한다. 구 민주당의 호남 출신에게서 이미 답을 찾은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질문을 친노에게 던지면 어떤 답이 나올 수 있을까? 물론 이에 대한 답은 친노가 아니라 국민의 몫이다.

지난해 12월 18일 민주통합당 신임지도부 및 민주진보통합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친노 인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해찬 전 의원, ‘국민의 명령’의 문성근 씨 등은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여기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추가해야 한다.

현재 이들 친노 인사들에게 기득권을 따져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인적 쇄신 문제에서 친노 인사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것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 바로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책임이다.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묻지마’식 투표가 자행돼 이명박 정권이 태동했다는 데 한겨레도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한겨레의 장봉군 작가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자 ‘노무현 정부에서 애를 낳았는데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었다’라고 희화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는 상당한 관계를 갖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다소 나이브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권력은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겨졌다.

참여정부의 실정이 고스란히 이명박 정부를 태동시켰으며 이는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돼 지난 4년간 곳곳에서 드러났다.

아직까지도 친노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친노가 친노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년간 국민의 고통 뒤에서 숨 죽이며 때를 기다린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자기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친노의 대대적인 귀환은 도로 열린우리당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감동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에서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호남출신의 구 민주당 인사와 함께 참여정부 실정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르는 친노 인사들도 관심의 대상에 올려놓아야 형평성에 맞을 것으로 보인다. 쥐들의 시간이 끝나고 돌아온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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