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이 LG에 돌아옵니다. 2009 시즌 종료 후 입대한 우규민은 2011년 15승 무패 1세이브로 소속팀 경찰청이 라이벌 상무를 꺾고 퓨처스 북부 리그에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바 있습니다. LG에서는 주로 마무리와 중간 계투를 담당하던 우규민은 경찰청에서 선발 투수로 보직을 바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규민의 가세로 LG는 양적으로 강력한 사이드암 투수진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13승을 거두며 LG의 에이스로 발돋움한 강속구 투수 박현준과 61경기에 구원 등판해 3승 13홀드로 허리를 지킨 김선규의 동갑내기 콤비, 그리고 LG의 대졸 1차 지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김기표와 신정락까지 1군에서 가용 가능한 5명의 사이드암 투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5명의 사이드암 투수가 모두 1군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투구 폼의 약점으로 인해 좌타자에 약하며 주자의 도루 시도를 쉽게 허용한다는 점에서 사이드암 투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 경찰청 복무를 마치고 LG에 복귀하는 우규민 ⓒ연합뉴스
개별 선수를 분석해도 장단점은 뚜렷합니다. 우규민은 2007년 5승 6패 30세이브를 거둔 이후 2년 간 1군에서 난타당한 뒤 경찰청에 입대했습니다. 2군 무대를 평정했던 LG 선수들이 유독 1군 경기에 약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우규민의 올 시즌을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박현준은 실질적인 2년 차 징크스와 건초염이, 김선규는 많은 경기에 등판해 혹사당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김기표와 신정락은 부상이 잦아 프로 데뷔 후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한 경험이 없습니다. 김기표는 구속이 떨어지며 공의 무브먼트가 대학 시절만 못하고 신정락은 구속은 빠르지만 구종이 단순하며 제구에도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직에 대한 교통정리도 필요합니다.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는 5명의 투수 중 사이드암 투수를 2명 이상 배치하는 것은 무리이기에 박현준과 우규민 둘 중 한 명은 선발을 맡을 수 없습니다. 만일 박현준이 올 시즌에도 선발 보직을 유지한다면 우규민이 불펜에서 어떤 보직을 맡게 되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중간에는 김선규가 있으니 송신영의 이적으로 무주공산인 마무리를 우규민이 마무리를 맡는다면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과연 우규민이 2006년 후반과 2007년 중반까지의 자신감과 위력을 되찾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LG의 사이드암 투수들은 우선 다가올 전지훈련을 거치며 팀 내 경쟁을 뚫고 1군 엔트리에 살아남는 것이 1차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상을 입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LG가 잠수함 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5명의 투수 중 최소 3명 이상이 1군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양적으로 풍부한 LG의 사이드암 투수진이 외화내빈에 그치지 않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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