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맨시티 킬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트넘이 2021-22 시즌 홈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맨시티를 상대로 1-0 승리했다. 케인이 빠진 상황에서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맨시티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6만 2천석 관중석을 가득 채운 토트넘 홈구장(5만 8262명 입장)은 장관이었다. 24시간 이내 받은 코로나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이들만 입장이 가능했음에도 만석이었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들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다.

토트넘은 4-2-3-1(혹은 4-3-3)로 나섰다. 원톱에 손흥민, 공격 라인에는 베르바인-알리-모우라가 나섰고, 미들에는 호이비에르와 스킵이 포백 수비에는 레길론-산체스-다이어-탕강가가 나섰고, 골키퍼는 요리스가 나섰다.

이적생 3인방 모두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선발로 나서지는 못했다. 후반 로메로를 3분 정도 남기고 출장시키며 홈팬들에게 이적생을 알렸다. 훈련과 호흡 문제로 주전 출장이 어렵지만 로메로의 경우 당장 다음 경기부터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과 인사하는 산투 감독(왼쪽) [EPA=연합뉴스]

경기 초반은 토트넘이 몰아붙이다 바로 맨시티의 압박으로 이어진 경기였다. 데 브라이너가 선발 출장하지 못하는 상황은 토트넘에는 다행이었다. 이적생인 그릴리쉬가 선발로 출장해 탁월한 체력적 장점을 이번 경기에서도 잘 보여줬다.

이번 경기에서 모우라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환상적인 드리블로 상대를 압박하는 과정은 최고의 존재감을 보이던 모우라의 모습 그 자체였다. 여기에 베르바인이 탁월한 스피드를 앞세워 맨시티를 압박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알리가 상당히 내려와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팀을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도 좋았다. 지난 시즌 최악이었던 알리로서는 절치부심이었고, 시즌 첫 경기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이든 다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맨시티가 상대적으로 앞서는 전력이라는 점에서 토트넘은 철저하게 역습에 방점을 찍었다.

전반 초반 맨시티의 파상 공세에 토트넘은 실점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귄도안의 프리킥, 페르난지뉴의 헤더, 칸셀로의 슈팅까지 전반 초반 나온 맨시티의 공격을 잘 막은 토트넘은 이후 공세를 이어가며 맞불을 놓는 형식이었다.

전반 손흥민은 슈팅 타이밍에 조금씩 늦는 모습이었다. 한 템포 빨리 슛을 쏴야 함에도 머뭇거리는 상황이 이어지며 볼을 뒤로 넘기는 과정은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맨시티 수비가 손흥민 압박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즌 1호골 터트린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수비 가담을 거의 하지 않았다. 후반에 수비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깊게 내려오는 상황 말고는 최전방에서 공격을 준비하며 손흥민의 존재감은 더욱 확대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회에 손흥민의 원톱 고정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했다.

초반 슈팅 타이밍을 못 마추는 듯했던 손흥민은 전반 후반 골 감각을 키워갔다. 전반 39분 모우라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슛은 칸셀라의 엉덩이를 맞으며 살짝 골대를 빗나갔다. 심판은 골킥을 선언했지만, 이는 명백한 오심이었다. 정교한 슛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전반 토트넘은 맨시티에 골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토트넘의 후반은 달라졌다. 그리고 후반 10분 토트넘의 역습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맨시티 공격을 끊은 상황에서 모우라는 감각적으로 뒤로 돌아선 채 달려 나가는 베르바인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했다.

공을 잡자마자 질주하는 베르바인을 맨시티는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우측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가 이어졌고, 수비라인에 자리를 잡은 아케는 손흥민을 전담 마크했다. 이 상황에서 아케를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감각적으로 때린 슛은 맨시티가 그렇게 자랑하는 후벵 디아스가 기를 쓰고 골을 막으려 뛰어들었지만, 에데르송을 멍하게 만드는 골로 이어졌다.

손흥민의 ‘클래식’이라고 불린 이 골은 아름다웠다. 세 명의 수비수가 있었지만, 이들을 모두 피해갔다. 이런 상황에서 에데르송은 공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고 멍하니 골을 허용하는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은 이제 EPL이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는 손흥민 (AFP=연합뉴스)

토트넘은 홈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4연승을 이어갔다.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시티로서는 처음 겪는 치욕이다. 여기에 손흥민은 바디의 9골에 이어 7골로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를 힘겹게 하는 최고의 공격수라는 사실도 증명해냈다.

손흥민의 골과 함께 이번 토트넘의 수비는 좋았다. 아쉬움을 표했던 수비수들이 완벽한 모습으로 맨시티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탕강가, 산체스, 다이어, 레길론으로 이어진 포백 라인은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프리시즌 아스널과 경기에 괴물 같은 피지컬로 상대 선수들을 압도하며, 손흥민에게 멋진 패스로 골을 도운 캉강가가 시즌 첫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다. 토트넘 출신으로 성장을 기대했지만 더뎠던 캉강가가 올 시즌을 계기로 급성장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그릴리쉬와 스털링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캉강가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워낙 피지컬이 좋다 보니 상대를 압도하는 수비는 때로는 경이롭게 다가올 정도였다. 황당한 실수를 하던 다이어도 이번에는 달랐고,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했던 산체스 역시 이번 경기에서는 제대로 수비를 해줬다.

2선의 스킵 역시 지난 시즌 임대를 통해 키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투쟁력이 강한 모습으로 상대에 밀리지 않는 스킵의 모습 역시 역동적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모우라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모우라가 없었다면 결코 승리를 언급할 수 없었다.

‘찰칵!'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로이터=연합뉴스)

공수 모두에서 모우라가 보인 활동량과 경기력은 토트넘의 올 시즌 활약을 더욱 고무시켰다. 맨시티 선수 2, 3명 정도는 쉽게 제압해버리는 기술과 함께 공간을 창출하고, 상대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모습은 홈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축구는 골이 나와야 한다. 맨시티는 결국 토트넘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막판 누누 감독은 이적생 로메로를 내보내며 5백 전략을 사용하며 수비를 더욱 단단하게 옥죄며 귀중한 승점을 챙겼다.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 시즌 챔프를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멋진 골을 넣고 팬들과 교감하는 손흥민은 이제 뉴 화이트 하트 레인의 진정한 왕관을 쓴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케인이 없어 더욱 팀워크가 좋았다는 평가를 다시 내놓을 정도였다.

아직 영입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전문 공격수 영입을 준비하는 토트넘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분명한 사실은 손흥민은 건재했고, 모우라와 베르바인은 압도적인 스피드로 역습의 교과서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단 점이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산뜻하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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