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이하 독자위)가 조선일보에 국가인권위원회 폐지 공론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인권위 존폐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 각종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조치를 담당하는 독립기구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13일 독자위 8월 정례회의 기사에 따르면 6일자 조선일보 <인권위원장에 민변 출신, 외교위원장에 '親이재명'> 기사와 관련해 독자위는 "국가인권위원장 코드 인사 문제를 다루었는데, 이참에 인권위가 과연 필요한 기구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헌법상 기관도 아니고 헌법재판소와 기능이 많이 겹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 독자위는 "인권위는 과거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감사를 하고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도 가만있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이라크 파병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정권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행태를 보였다"면서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니 언론에서 기구 존폐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인권 규범의 국내적 실행과 인권침해·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조치를 담당한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승인기준으로 현재 120개의 국가인권기구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1946년 국제인권법의 국내적 실현을 위해 각국에 특별한 인권기구 설치를 적극 권유한 UN은 1993년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관한 국제사회 기본준칙인 '파리원칙'을 채택했다. 파리원칙은 입법·사법·행정으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개념의 국가인권기구 필요성을 운영에 관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후 유엔 권고와 세계인권선언 등 각종 국제조약을 고려해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정부에서 인권위가 출범했다.

그 동안 인권위는 호주제 폐지 의견,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사형제 폐지 의견, 비정규직 차별대우 개선 필요 의견, 양심적 병역 거부 대체복무제 권고, 외국인근로자 고용관련 법률 개선 권고, 군내 불온서적 지정관련 헌법재판소 의견 제출 등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21대 국회 들어 평등법(차별금지법) 시안을 마련하고 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인권위가 국회에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안 트렌스젠더 여성 변희수 하사,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김기홍 씨 등이 숨을 거뒀다.

차별금지법은 차별피해로 인한 소송은 인권위 판단을 먼저 거치도록 했다. 또한 인권위 평등법 시안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 등 피해를 입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소송 지원 변호인단을 구성할 수 있고, 소송비용 등을 국가가 부담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그동안 인권위가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인권위 권한이 축소되었고, 기구 성격과 맞지 않는 인사가 이뤄지면서 두드러졌다.

2017년 중앙일보 기사 <노무현의 이라크 파병도 반대했던 인권위… 지금 모습은>에서 한 전직 인권위원은 "지금 인권위의 가장 큰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사무처 직원들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정권 눈치 보는 데 급급해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인권위원 자리는 어느 정도 '인권 전문성'이 검증된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의 인력과 권한을 축소하는 조치가 진행됐다"며 "인권운동 경력이 '전무'한 현병철 전 한양사이버대 학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때부터 용산참사·민간인 사찰 등 민감한 사회 문제에 있어서 인권위의 입장 표명이 뜸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11명의 인권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국회가 선출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구성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성소수자 반대 운동 전력이 있는 최이우 목사를 인권위원으로 지명했다. 2014년엔 아동성폭행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유영하 변호사(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가 새누리당 지명으로 인권위원이 됐다.

한편,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조순형 위원장(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정유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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