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이 2차 라운드 2위에 올라 무사히 명예졸업장에 이름을 새길 수 있었다. 그동안 나가수에 적지 않은 가수들이 왔다가 갔지만 정작 명예졸업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1등은 아니어도 일곱 중에 생존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막상 명예졸업 마지막 문턱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YB와 장혜진을 보면 나가수 명예졸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다.

자우림의 나가수 마지막 선곡은 김범수의 하루였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한 다소 조용했던 연주는 자신들의 마지막을 침착하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것으로 보였다. 임재범의 바람에 실려를 통해서 낯이 익은 스패니시 기타 명인 박주원이 가세해 집시풍의 분위기를 풍겼지만 전체적으로 지금까지의 자우림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자우림답지 않다는 말은 어색하다.

지난 14번의 경연을 통해 하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서 어떤 것이 자우림다운 음악인지도 이제는 쉬이 분간키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굳이 자우림 스타일을 말하자면 지난주와 같지 않은 음악이라는 우격다짐식 정의가 가능할 것 같다. 그렇게 자우림은 쉽지 않은 나가수 명예졸업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바비킴이 마침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것도 연거푸 7위를 기록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명예졸업과 탈락이라는 온도차는 있지만 그 둘이 나가수를 떠나는 것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바비킴에 대한 평가가 오락가락하는 점도 있지만 적어도 바비킴은 소위 가창력을 앞세우는 가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험과 변화를 주도했던 자우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적어도 나가수가 목청대결로 치닫는 현상을 희석시키는 데 일조한 바가 크다. 나는 가수다 청중평가단이 목청껏 고음역을 뚫어내는 가수에 표를 던지는 경향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이별에 존경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자우림과 바비킴을 대신할 가수들은 신효범과 테이다. 두 가수 모두 나이를 떠나 노래를 잘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신효범은 인순이 뒤를 이을 역시나 가창력 가수라는 인상이 짙고, 테이 역시 발라드를 주로 불러왔던 터라 자칫 나가수가 다시 발라드와 록의 흑백도구로 단순화될 수 있다. 물론 길건 짧건 두 가수는 모두 공백이 있고, 나가수에서 단 한 곡의 노래도 부르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빠른 진단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좀 더 기대를 한다면 젊은 피 테이가 될 것이다.

모든 가수가 이소라나 자우림일 될 필요는 없다. 그러지만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주어야 나가수가 단조로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또한 그 자신의 아우라를 만들 수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다섯 명의 가수와 또한 신효범까지 특별히 신선한 음악적 해석을 기대할 수 있는 가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모두 긴 세월 자기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터라 그 변화가 쉽지 않은 면도 있다. 나가수 제작진이 어떤 취지로 테이를 섭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우림이 졸업한 나가수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같이 묻어가는 노렴함이 아니라 톡톡 튀는 신선함이다. 그 틈새를 전략적으로 다가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쨌든 다음 주를 지켜봐야겠지만 자우림의 빈자리는 커 보일 것이다. 그 빈자리 채울 주인공이 테이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새 얼굴을 기다려야 할지의 방향이 다음 주에 결정될 것이다. 시쳇말로 광탈을 각오한 테이의 과감하고도 참신한 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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