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자기부정'이라는 보수야당의 비판이 제기됐다.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5시간의 토론은 다음 시간을 예고했다. 언론중재법을 8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에 변화는 없다.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종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손해배상 청구 주체별로 언론중재위원회 통계를 보면, 국민이 아니라 공직자가 가장 많다. 개인으로 볼 때 공직자 93명, 일반인 84명이고 기업은 34개"라며 "일도양단의 사안이 아니다. 국민이 눈물 흘린다고 하는데, 고액의 손해배상 소송은 고위공직자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내로남불' 권력이 자신에 대한 가짜뉴스를 얘기하는데 가만히 있겠나. 고위공직자는 대게 취재를 당하면 첫 번째로 부인하고, '가짜뉴스'라고 한다"며 "이런 것 때문에 언론계가 위축을 우려하고 만들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위해 열심히 싸운 정당은 민주당, 강력하게 수호한 대통령은 김대중"이라며 "민주당스럽지 않다. 민주당이 쌓아온 고귀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 법안이 민주당 정권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 권력자를 위한 법안이 될까 가장 걱정된다. 누가 집권하든 이 법안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할 것"이라며 "언론 스스로 권력에 넘어지는 언론환경이 우리 정치권과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할 지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기업과 공직자가 징벌적 손해배상과 기사열람차단 청구 등을 언론보도에 대한 전략적 봉쇄조치로 활용한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며 "여당은 강행처리 의지를 보이는데, 이미 각계에서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 이달곤 의원은 야당 차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며 "전략적 봉쇄조치로 악용되지 않을 수 있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조직을 가진 사람들은 너무나 편하고 쉽게 (봉쇄 조치를)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가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합한 '민주당 대안'은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손해배상액 하한선과 상한선은 언론사 매출액과 연동된다. 언론이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일삼거나 취재·보도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고의·중과실로 인정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대통령, 정무직 공무원, 고위공무원, 대기업 등에 대해서는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에 한해 (징벌적 손해배상을)적용한다'는 규정을 뒀다. 이 밖에 정정보도 크기·위치 의무화 규정,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언론소송을 하기 어려운 시민들을 위한 '민생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권력자의 경우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손해배상 청구 요건을 강화했다"며 "저도 99% 기자들이 악의적 허위·조작보도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정말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점에서 개정안이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개정안 전부터도 권력은 마음껏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처분 소송 등 돈만 있으면 봉쇄소송을 해왔다"며 "오히려 용기를 내 소송을 낸 분들이 자진해서 취하한다. 충분한 피해회복이 안되고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을 수년간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위법성 조각 사유'를 강조했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보도는 언론이 책임을 지지않는다는 언론중재법상 '피해구제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권력자가 입증해야 하는 요건은 고의성, 보복성, 회복불가능한 피해, 반복적 등"이라며 "악의가 있는 허위·조작보도의 고의·중과실을 권력자가 입증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데 남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19일까지 문체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강행처리에 나설 경우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를 검토 중이다. 안건조정위는 재적위원 3분의 1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안건조정위 재적위원 3분의 2이상 찬성을 거치면 전체회의에 안건이 회부된다. 최대 심의기간은 90일이다.

그러나 비교섭단체 몫으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 안건조정위 카드는 무력화된다. 최형두 의원은 이날 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법보다 더 강력한 법안을 낸 사람(김의겸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넣겠다는 건데, 언론은 '야당 아무 대책이 없다'는 이런 기사만 쓴다"고 말했다. 안건조정위 카드가 소용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정의당은 권력의 전략적 봉쇄 가능성을 제기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정의당은 의원총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토론한 결과 "주요 권력 집단에겐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 법이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반대할 것임을 밝힌다"며 "시민보호, 표현의 자유 보장, 언론을 통한 권력의 견제와 감시 활성화라는 기준에 입각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전면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정의당은 "무조건 개혁이라는 레떼르(상표)를 붙이면 악법도 좋은 법이 된다는 식의 민주당의 오만은 시민의 개혁의지를 꺾고 개혁을 하찮은 권력 추구행위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개혁의 오용과 남용이야말로 이번 정권이 미래세대에 남기는 가장 큰 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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