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연말 시상식에서 건진 것이 없다. 연기대상, 연예대상은 자사 직원이 아닌 연예인들에 대한 시상이며, 비즈니스 측면에서 잘 나가는 스타들을 어느 정도는 확보하자는 차원에서의 당근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상을 사람이 아닌 작품에 주기로 한 갑작스런 변경과 납득할 수 없는 특정 프로그램 홀대로 인해 망쳐버린 최악의 시상식이 돼버렸다. 상은 받으면 좋다지만 과연 대상의 물망에 올랐던 차승원이 최우수상에 만족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MBC 연말 시상식을 최악으로 규정짓게 한 가장 큰 이유는 특정 프로그램 왕따시키기였다. 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 놀러와에 대한 눈에 띄는 홀대가 논란이 됐고, 드라마대상에서는 로열패밀리와 내 마음이 들리니에 대한 무관대접 역시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MBC 시상은 3사 중 가장 초라한 결과를 낳았다.

놀러와를 7년간 끌어온 김원희는 MBC 연예대상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다음날 SBS에 나와 사회를 보았다. 지성 역시 마찬가지다. 로열패밀리에서 연기 호평을 받았지만 MBC 드라마 대상은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반대로 SBS 연기대상에서는 사회를 보았으며 상도 몇 개씩이나 챙기는 등 기염을 토했다.

사실 방송사들의 연말시상식은 모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11명까지 늘어난 신인상은 말도 안 되는 퍼주기다. 이래서는 상의 희소성도, 권위도 뭉개버린 자폭행위나 마찬가지다. 박미선이 MBC 연기대상 수상소감으로 나눠주기란 말을 써서 화제가 됐지만 실상 SBS의 나눠주기를 당할 것은 없다. 신인상에 해당하는 뉴스타상에는 무려 11명을 시상했으며, 10대 스타상이라는 부문을 만들어 시상식에서 소외된 49일의 이요원을 달랬다.

방송3사 공히 상을 더 만들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공동수상을 남발했다. 그런데도 MBC만 유독 욕을 독차지한 데는 이미 연예대상을 통해 미운털이 박혔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연예대상이나 연기대상은 받는 사람은 다르지만 그것을 보는 시청자는 같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시청자의 마음은 점점 MBC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드라마왕국이라는 말을 들었던 MBC의 2011년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시상식에서라도 시청자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현실감각이란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시상식 기획이었다. 전반적인 침체의 MBC 드라마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은 최고의 사랑과 로열패밀리 정도였다.

그런데 로열패밀리는 김영애만 특별상을 받았을 뿐 염정아, 지성 등 모든 배우들은 시상에서 제외됐다. 퍼주고 욕먹으면 연기자라도 챙길 수 있지만 2011년의 MBC 연말 시상식은 분배와 흥행 그리고 평판 모두에서 실패한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또한 유재석과 차승원을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으로 강등시킴으로 해서 화제성에서조차 밀려나고 말았다.

도대체 최고상인 대상을 작품으로 돌려서 MBC가 얻은 이득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상을 받아 마땅한 무한도전, 로열패밀리를 홀대한 이유 역시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연말시상식에 노출된 문제점들에서 MBC가 방송3사 중 꼴찌로 전락해가는 근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역대 최악이 돼버린 MBC 연말시상식은 시청자 요구를 무시한 독단으로 일관해온 오만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