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나영석 PD에 대한 파격 승진이 단행됐다. 무려 4,5년을 단축한 고속승진이다. 파란만장했던 1박2일을 잘 끌어온 공로에 대한 포상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종편행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나PD의 공로, 1박2일의 가치를 KBS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에도 없었던 1박2일에 전격적으로 대상을 안긴 과한 애정표현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 역시도 KBS가 위기의 1박2일 끌어안기를 했다는 점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 MBC는 어떤가. 예능을 떠나 MBC를 대표하는 몇 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무한도전을 연예대상에서 철저하게 소외시켰다. 방청객에게도 상을 줄 것 같은 기세로 수많은 상이 남발됐지만 그 안에 무한도전 멤버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태종이 세종에게 빈 찬합을 보낸 흉내를 내는 것인지 무한도전을 고사시키고 싶은 MBC의 의지가 담긴 노골적인 홀대인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각각의 방송사를 떠나서 무한도전과 1박2일은 한국 예능의 간판주자들이다. 서로 방영일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프로그램은 늘 본의 아니게 경쟁해야 했으며 긴 시간 동안 어느 한 쪽도 제풀에 쓰러지지 않고 여전히 국민예능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차이가 있다면 1박2일은 예능이라는 직능에 충실했지만 무한도전은 곪아가는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무한도전에 가해진 방통심의위의 지루한 검열과 제재가 뒤따랐으며 그때마다 시청자들이 더 먼저 나서서 부당함을 항의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100분토론, PD수첩 등에 대한 탄압 수순을 거침없이 해온 김재철 사장이 단행한 MBC 비틀기의 마지막 수순이 무한도전 죽이기라는 불안감이 떠돌았다. 심지어 MBC가 유독 무한도전 제작비만 대폭 삭감해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자라는 제작비를 갹출한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다. 광고를 많이 팔고도 PPL을 많이 하는 것이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헌데 MBC의 간판예능이자 국민예능인 무한도전이 연예대상에서 전멸하는 현상을 보면 터무니없는 소문만은 아니라는 심증이 커져갈 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예대상은 성적대로 주는 우수상은 아니다. 다음 해를 위한 비즈니스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런 연예대상에서 시청자들이 직접 투표한 베스트 커플상 외에 무한도전에게 단 하나의 상도 배정하지 않은 것은 노골적으로 면박을 주는 것이다. 또한 무한도전의 무관은 결국 내년에도 달라질 것 없다는 태도를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다. 거기다 1박2일에 대한 파격 포상 소식까지 겹쳐 무한도전의 사기는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은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갈 것을 우리는 안다. 시상식이 끝나고 무한도전이 새벽 4시까지 촬영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무한도전에 보내진 빈 찬합은 조만간 발신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아니 꼭 그렇게 돼야만 한다. 다가오는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겹친다. 이제 선거는 민주주의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보고 싶은 방송을 지키지 위한 다소 사소한 이유까지 추가됐다. 그 분명한 이유를 MBC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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