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상적인 경영 여건을 갖춘 지역 일간신문이 극소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국제신문 등은 한계기업이며 다수 지역신문은 ‘취약기업’으로 분류됐다.

미디어스는 올해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사, 유료부수 1만 부 이상을 발행한 지역신문 34곳 중 재무제표를 공개한 14곳의 경영상황을 확인했다. 지역신문 8곳은 ‘취약기업’으로 부산일보·매일신문·국제신문·영남일보·강원도민일보·경남신문·광주일보·경인일보·한라일보 등이다. ‘취약기업’은 이자 지급 능력을 평가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 총 이자비용)이 1을 밑도는 기업이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지역신문의 2020년, 2019년, 2018년 재무제표 정리표.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정리=미디어스)

부산일보·국제신문·경인일보·한라일보 등은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한계기업은 취약기업 상태가 3년 동안 지속된 기업이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32억 58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산일보의 이자비용은 20억 2800만 원이다.

국제신문은 영업손실 38억 8900만 원을 기록했다. 경인일보는 9500만 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자비용이 4억 8천만 원에 달했다. 영남일보는 최근 3년간 수억 원 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이자비용이 없어 한계기업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매일신문은 완전자본잠식, 경남신문·광주일보는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2019년 취약기업이었던 강원일보의 부채비율은 237%다. 대전일보의 부채비율은 374%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부채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부채비율 200% 미만의 기업을 우량기업으로 여긴다.

반면 최근 3년간 취약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지역신문은 강원도민일보, 전북일보, 한라일보, 남도일보 등이다. 이 중 전북일보, 한라일보, 남도일보는 건설사를 대주주로 두고 있다. 전북일보 대주주는 지역 건설사 자광, 한라일보 대주주는 부영건설, 남도일보 대주주는 중흥건설이다. 남도일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사진=픽사베이)

지역신문 경영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지역언론학회 부회장)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신문 경영위기에 대한 답은 없다”면서 “방송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어 지원 명분이 있지만 신문은 사적 매체다. 정부가 지원해줘야 할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면서 “외부자본이 지역신문에 투입된다면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선하지 않은 외부자본도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제정 논의가 있었던 2002년부터 ‘지역신문 위기설’이 불거졌다”며 “특별법이 도입됐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역량 있는 기자들이 지역신문을 떠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명래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경인일보 기자)은 코로나19 이후 지역신문의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코로나19 이후 서울 소재 신문사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역 상황은 다르다. 지역신문은 마라톤 대회 같은 행사 사업에 의존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고 말했다.

'지역신문의 경영 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용성 교수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역신문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기금”이라면서 “사업 초창기에는 예산이 200억 원에 달했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명래 의장은 “지역신문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겠다는 기금의 취지를 돌아봐야 할 때”라며 “기금을 통해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한 지역신문이 얼마나 있는가. 기금 운용 방식을 실효성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야 한다”며 “규모와 상관없이, 건강한 지역 여론을 만들 능력과 의지가 있는 지역신문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2008년 열린 전국 지역언론신문 모음전, 기사 본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미디어스)

황민호 옥천신문 상임이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면서 “현재 지역 일간신문과 주간신문의 지원 규모 차이가 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 주간신문의 지원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상임이사는 “없어져야 할 지역신문도 있다”면서 “그런 지역신문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불필요한 생명 연장일 뿐이다. 구독이나 후원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신문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황민호 상임이사는 지역신문의 콘텐츠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상임이사는 “지역신문이 서울 지역 소식을 분석 없이 기사화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지역신문은 지역 소식을 전국적 이슈로 확장시켜야 한다. 지역신문이 지역 이슈를 발굴한다면 구독자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김재영 교수는 망할 지역신문은 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호주에선 경영위기로 파산하는 지역신문이 많지만, 한국의 지역신문은 연명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경영 상황을 갖추지 않은 언론은 사회적으로 흉기가 될 수 있다. 이제 망하는 지역신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변혁의 과정에서 혁신에 성공한 지역신문이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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