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제주 제2공항 갈등을 취재한 해당지역 기자들은 마을주민 취재에 공을 들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마을주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언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갈등 해결 저널리즘이라는 기준으로 이같은 보도 수용자와 생산자의 인식 차이가 설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지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제주 여름철 학술세미나에서 제주 제2공항 보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지화·신윤경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석사과정은 제주 제2공항 이슈를 보도한 방송사, 신문사, 제주지역 인터넷 매체 등 취재기자 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KBS제주의 2019년 3월 18일 보도. KBS제주는 1년 3개월 동안 제주 제2공항 관련 86편의 기획 보도를 했다. (사진=KBS제주)

2015년 11월 10일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정부 발표 이후 성산읍 해당마을에서 갈등이 촉발됐다. 기자들은 제2공항 관련 취재에서 마을주민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답했다.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이후 현장을 찾았고 마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취재를 이어왔다고 했다.

15년 차 이상 기자는 “초장기부터 마을주민 인터뷰 완전 많았다. (제2공항 입지 선정 결과) 주민설명회가 무산되던 그 시기부터 그쪽에서 취재를 많이 했다. 2공항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전화하거나 따로 만나서 취재한 기자가 많다. 왜냐면 목소리가 더 크니까”라고 말했다.

또 다른 15년 차 이상 기자는 “성산 가서 000이장님 인터뷰도 하고 예정부지 내에서 소목장 하시는 분 이야기도 듣고, 그분이 공항 때문에 내가 쫓겨나면 어쩔 것이냐 이런 이야기도 들으면서 기획으로 나갔는데 그런 말 들으면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죠”라고 했다.

10년 이하 기자는 “마을주민 취재 많이 했다. 그냥 일반 주민 인터뷰도 그냥 돌아다니면서 하기도 했고, 찬반 같은 경우에도 전부 다 취재했다. 일단 그분들이 할 말이 많기도 하고”라고 답했다.

하지만 뉴스 수용자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4월 <지역언론은 제2공항 예정지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논문은 제주 언론이 사업주체인 국토교통부나 제주도, 정치권 등의 입장을 비중 있게 전달한 반면 사업예정지 주민들의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2015년 11월부터 5년 동안 제주지역 2개 신문 1면에 실린 기사들을 분석한 결과, 사업예정지 주민들이 취재원으로 등장한 것은 전체 7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간접인용구였다. 주민 목소리가 언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이번 심층인터뷰에 응한 기자들은 균형성을 추구했지만 중계 보도식 관행을 깨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기자들이 나름 균형성을 잡고 객관적 보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갈등에 휘말리거나 비난받기 싫어 때로는 독자나 시청자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에 결과적으로 찬반 입장을 균등하게 보도했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취재원이 엘리트에 편중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기자들은 대체로 제2공항 사업의 추진 여부와 일정, 방향이 가장 중요한 사안인 만큼 사업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기관을 주요 취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기자들은 국책사업 찬반 쟁점을 확인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자신들이 취재·분석해 연속 보도한 기사들이 결과적으로 찬반 진영의 근거 논리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제주도와 유사한 지방 공항 논쟁이 벌어지는 부산 역시 비슷한 보도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에서는 2006년부터 동남권 신공항이 검토됐고 지역갈등으로 2011년 백지화됐다. 2016년 현 김해공항 확장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지난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며 신공항 부지가 확정됐다.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만오교양대학 교수는 “16년째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대구·경북, 부산·경남 언론과 취재기자에게 신공항 문제는 화수분 같은 보도거리이자 일용할 양식이었다”며 “새로운 팩트가 나오면 게이트 키핑도 필요 없을 만큼 속보 형태로 이어졌다. 동시에 반대급부로 신문과 방송에 신공항 찬성 주장 광고와 축하 광고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신소영·김연송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석사과정은 갈등 해결 저널리즘으로 KBS제주의 <제주 제2공항> 기획 보도를 꼽았다. KBS제주는 2018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86편의 기획보도를 방송했다.

연구진은 KBS제주 기획보도에 대해 “갈등 이슈를 다루면서 다른 언론사와 달리 자극적이지 않았고 2공항을 반대하는 취재원은 66명, 찬성하는 취재원은 44회 언급됐지만 양쪽 모두 비중 있게 다루려 노력했던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연구진은 “지역방송사 기자들은 하루에 하나의 리포트를 제작하며 일주일에 평균 3~4건을 제작하는데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이상 80여 편의 장기기획이 나올 수 없다고 기자들은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1년 3개월 동안 86편의 기획보도가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채승민 KBS 기자는 "2017년 여름부터 방송사가 총파업에 들어가게 돼서 6개월 정도 파업 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취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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