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의 최대 주주라고 할 수 있는 MBC노조가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언론노조와 결별을 시도하고 있다. 원했던 연내 방송광고판매대행법안(미디어렙) 처리 불발이 사실상 무산되자 강짜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MBC노조는 민주통합당이 28일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로 선회하자, 이날 성명을 발표하며 이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들은 “민주당의 야합 결정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파괴는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 “이강택 위원장은 군소방송사들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갑자기 미디어렙 문제를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시켰다”고 맹비난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미디어렙 문제를 밥그릇 싸움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이며 따라서 이강택 위원장에게 그들이 사퇴하라고 할 어떤 명분도 없다는 판단이다. 그들이 이성을 되찾기 바라지만 자신들의 밥그릇이 깨진다고 아우성인 상황을 고려하면 아마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그들이 이성을 잃은 지는 오래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노동조합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사측 간부와 함께 국회에 들락거리는 것은 아직까지는 삼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영하 MBC위원장이 사측의 자사렙 추진 간부와 의원실을 돌아다녔다는 정황과 증언은 한 두 개가 아니다. 물론 노사가 협력하는 것을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다. 때에 따라 사안에 따라 노사의 협력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의 말대로 ‘좋은 매체’인 MBC에서 그 동안 노사 관계가 순탄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좋은 매체라도 반드시 노사 관계가 순탄한 것은 아니다. 또한 MBC 노사 관계가 순탄했다고 보는 이도 없을 것이다. 한가지 정정할 것은 '좋은 매체'가 아니라 '좋은 매체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MBC노조라는 이익단체도 어쩔 수 없었는지 평소에는 서로 으르렁거려도 자사 이익 앞에서는 한 목소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영하 위원장이 자사렙 추진 MBC 간부와 함께 의원실을 들락거리며 건네는 얘기는 뻔하다. 미디어렙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노사가 아무리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할 것은 피해야 하는 데 의원실까지 함께 들락거리는 것은 볼썽사납다 못해 노조의 오늘을 묻게 한다. 이게 MBC노조가 지키려는 밥그릇의 힘이다.

MBC노조의 목적이 종편 직접영업 저지인지 MBC 공영렙 지정 저지인지 분명히 밝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디어렙법안이 연내 입법이 되면 MBC는 죽는다는 아우성이 그칠 줄 모른다고 한다. 그들은 공영방송이 공영렙에 들어가는 것을 놓고 “한 회원사(MBC노조)의 희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유구조는 공영이지만 재원구조는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상업방송에 가깝다는 주장이 녹아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 하에서 올 한 해 엄청난 흑자를 기록한 MBC와 MBC노조에게 공영렙 지정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타개책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간단하다. 주저 말고 민영화의 깃발을 드시라. 이게 종편이라는 늑대가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사자라는 MBC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다.

미디어렙법안이 연내 처리 되면 MBC는 죽게 될 것이라는 엄살, 도저히 봐 줄 수 없다. 함께 살자는데 자기만 살겠다는 MBC가 왜, 언제부터 공영방송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애꿎은 이강택 위원장 가지고 뭐라고 하지 말고 제발 민영화 깃발 세우시라.

한편 서울MBC가 이강택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오히려 MBC노조가 징계받아야 할 처지다. 지난 언론노조 회의에서 대다수 의견이 연내 입법으로 모아지자 정영하 서울MBC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로부터 징계를 받아도 우리 입장을 밝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택 위원장 사퇴가 먼저인지 MBC노조 징계가 먼저인지 따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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