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산 선수)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고 주장한 양준우 대변인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에 정의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2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양준우 대변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양 대변인이 쓴 글은) 논평이 아닌 본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선을 그은 뒤 “양 대변인은 여성 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7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허구적 논란이)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안 선수가 숏컷에 여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며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또한 안 선수가 ‘웅앵웅’, ‘오조오억’ 등 남성 혐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러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평소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는 지론을 퍼뜨리시던 이준석 대표께 요청한다”며 “자기 능력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고 국위를 선양한 안산 선수에게 숏컷을 빌미로 가해지는 메달을 취소하라는 등의 도를 넘은 공격을 중단할 것을 제1야당 대표로서 책임있게 주장해달라”고 했다.

이 같은 요구를 2일 이준석 대표는 ‘정치 희화화’라고 맞받았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의 모든 선수단을 응원한다’고 밝혔는데 거기에 대해 소위 말하는 여성부부터 여성계가 다 달려들어서 프레임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의 모든 선수단을 응원하고 안산 선수라는 분에 대해 바빠서 경기를 잘 보지 못했지만 그분에 대해 어떤 공격이 가해진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동조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런 프레임을 잡는 것 자체가 지금 젠더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라며 “선수가 열심히 운동하고 메달을 따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중에 왜 정의당 같은 데가 뛰어들어서 커뮤니티 담론을 갖고 와 상대 정당에게 입장을 표명하라 그러고, 이런 식의 공격을 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중에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실망스러운 행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치권이 개입해서 스스로 이득 보기 위해 스포츠를 자꾸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판의 대상이고 정의당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준우 대변인에 대해 “만약 여성 혐오라고 하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본인이 썼거나 거기에 대해 부적절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제가 징계하겠다”면서 “양준우 대변인은 여성 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의당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당 대변인의 발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데 그를 임명한 당대표가 ‘귀차니스트’ 대표라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며 “메달 회수라는 기함할 수준의 인신공격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지는데, 이 원인을 안산 선수 때문이라 말한 대변인에게 침묵하겠다는 이준석 대표는 과연 정치리더의 책무를 모르는 건가. 모른 척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침묵은 가장 비겁한 동조이고 정치리더는 사회적 공기를 만든다”고 꼬집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쥴리’ 운운하는 공격을 멈추라 이야기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것처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지지자에게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을 멈추라 요청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안산 선수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책임이 있다”며 “이 대표는 안티페미니즘 세력을 키우며 자기 기반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양 대변인의 발언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양준우 대변인이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향한 ‘온라인 폭력’을 두고 안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양 대변인 발언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혐오에 기반한 온라인 폭력’이라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대표가 페미니즘 비판 발언과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으로 ‘분열의 정치’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터”라며 “공당의 대표라면 대변인 발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마땅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양 대변인의 주장엔,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젊은 남성층의 지지를 받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페미니즘에 관한 토론은 필요하지만 이렇게 정치적 이해로 접근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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