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쥴리 벽화' 논란이 정치적 공방으로 비화됐다. 혐오 정서에 기반한 표현물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언론은 혐오 표현을 화제라는 이유로 중계해 '논란'과 '네거티브 공방‘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선택적 대응은 ’네거티브 공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다.

여성가족부는 30일 "최근 스포츠계와 정치 영역 등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관련해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를 향한 혐오 표현에 대한 여가부 입장이다. 여가부는 정치권 등의 문제제기와 관계없이 부처 판단으로 관련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여성가족부는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를 향한 혐오표현에 대해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쥴리 벽화' 논란이 격화되자 국민의힘에서 여가부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 여성운동은 여당이 허락한 페미니즘뿐인가"라며 여가부와 여성단체를 비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부 폐지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안 선수가 겪는 혐오 피해에 대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입장 요구에 "우린 대선 때문에 바쁜데 정의당은 대선 경선 혹시 안 하시나"라고 밝혔다. 또 그는 "'A에 대해 입장 표명 없으면 B' 이런 전형적인 '초딩 논법'"이라며 "저는 대한민국 선수단 한 분 한 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라는 두 사건에 대한 제1야당의 선택적 분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안 선수에 대한 혐오 논란이 확산되는 데 일조한 것은 언론이다. 일부 언론은 안 선수에 대한 커뮤니티 혐오 발언을 '갑론을박' 등의 표현으로 중계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뉴스 가치가 없는 혐오 표현을 조회수를 노려 실어 나른 언론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저널리즘 윤리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쥴리 벽화' 역시 언론을 제외하고 설명하기 어렵다. 28일 굿모닝충청이 SNS상 댓글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쥴리 벽화'를 언급했고, 같은 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종로에 나타난 ‘쥴리의 남자들’ 벽화… 親文 네티즌들 “성지순례 가자”>, <종로 한복판 '쥴리의 남자들'…尹아내 비방 '15m 벽화' 등장[영상]>을 게재하자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28~29일에 걸쳐 400여개의 기사가 생산됐다. 기사 대부분은 '쥴리 벽화' 현장을 중계하거나 정치권 반응을 전하는 식이었다.

'쥴리 벽화' 논란은 여권 책임론과 배후설로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배후설'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그림 그린 사람이 혼자 한 행위라고 봐야 하나. 저 사람들 배후엔 어떤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나"라며 "대한민국 정치판 수준이 여기까지 왔나"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대외협력특보 김경진 전 의원은 "집권여당 쪽 정치적 이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에서 철거 메시지가 나오지 않아) 상당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30일 조선일보는 <[기자수첩] 인권침해 '쥴리벽화'… 與는 즐기기만 할건가>에서 "'여성'과 '인권'을 강조하던 여권의 대선 주자들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박원순·오거돈·안희정의 성폭력에 침묵하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렀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침묵했다"고 보도했다. 최재형, 하태경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벽화 철거를 요구했는데 여권 대선주자들은 침묵했다는 지적이다.

또 조선일보는 "종로 골목에서 인권 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떠올랐다. (중략) 문 대통령이 이 벽화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썼다.

윤 전 총장의 '배후설'을 뒷받침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30일 <[단독] ‘쥴리 뮤비’ 제작자, 3년전 文 선물 받아...‘혁명동지가’도 만들었다>를 보도했다. 뉴데일리는 <[단독] '쥴리 벽화'로 후보자 비방?… 건물주 A씨, 광주서 태양광사업 추진했다>를 게재했다.

29일 민주당에서 김상희 국회부의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 등의 비판 발언·입장 등이 나왔다. 30일 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대선)후보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결혼 전 사생활을 폭로한 벽화 설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시민 누구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전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 ‘쥴리’ 논란을 수면 아래에서 끌어올린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다. 지난달 30일 뉴스버스 인터뷰에서 김 씨는 스스로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다.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고 말해 '쥴리'라는 호칭이 공론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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