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27일 방송광고판매대행법안(미디어렙) 연내 처리 논란과 관련해 ‘종편 봐주기 미디어렙 법안 사실상 타결’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사설에 최민희 씨의 시론까지 실어 연내 처리 논란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한겨레가 말문을 연 것이다. 핵심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종교, 지역방송의 미디어렙 연내 처리 촉구가 ‘종편 봐주기’라는 얘기다. 이 같은 보도 태도에는 연내 입법을 반대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최민희 씨의 주장이 적지 않게 녹아 있다. 한겨레가 언제부터 이들의 기관지 역할을 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한겨레는 ‘민주통합당이 26일 한나라당 방침을 대부분 수용하며 미디어렙 법안에 합의했다’며 ‘언론계에서는 야당이 연내 입법에 쫓겨 졸속 합의를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민언련과 최민희 씨를 제외한 언론시민사회에서 미디어렙 연내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침묵했다. 한겨레의 언론계에는 민언련과 최민희 씨밖에 없는 모양이다.

한겨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종편 2년 유예’에 대해 ‘종편에 2년간 직접영업 길 터줘’라고 보도했다. ‘종편 2년 유예’, ‘종편 2년간 직접 영업’은 같은 결과를 가리킨다. 한겨레가 골라 쓴 것은 ‘종편, 2년간 직접영업’이다. 강조점이 달라진다. 미디어렙 연내 처리를 종편 봐주기라고 규정하는 연장선이다. 물론 연내 처리가 종편 봐주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에게 묻고 싶다. 민언련과 최 씨 주장처럼 ‘종편, 2년간 직접 영업’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민주당이 2012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그 이후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면 되는지 말이다. 민언련과 최 씨는 미디어렙 연내 입법 불발로 발생하는 무수한 문제에 대해 침묵하며 민주당이 다수당이 돼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다수당과 처리 시도라는 가정에 가정을 더한 것이 타당한지, 현실성 있는지 한겨레가 따져볼 문제인데 아쉽게도 그 부분은 없었다.

현재 종편 미디어렙 적용은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는 2012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별다를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날치기를 시도하지 않는 한 종편 미디어렙 적용을 못박은 미디어렙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현실성 있는 진단이다. 이 같은 현실이 간과된 보도는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그토록 비판했던 한겨레가 ‘민주당의 날치기에는 관대한 것인지, 날치기에도 종류가 다른 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한겨레는 ‘종편, 2년간 직접 영업’이라고 비판하며 선명성에 기댔다. 한겨레는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의 입을 빌어 “원칙을 버린 연내 입법보다 제대로 된 입법을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민언련과 최 씨의 앙상한 원칙이 가져올 폐해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는다. 한겨레는 연내 미디어렙 입법 불발에 따른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26일 MBC는 연내 입법이 기정사실화되자,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선언했다. 정해진 수순으로 일정만 앞당겨진 결과다. 이에 대해 연내 입법을 반대해온 민언련과 MBC 노조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궁금한 대목은 이들이 연내 입법 불발에 따라 추진될 MBC의 자사렙을 막을 방안이 있냐는 것이다. MBC가 자사 미디어렙 준비를 마치고 국회 입법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민언련과 최 씨, MBC노조가 모를 리 없다. 궁금한 대목에 대해 답을 해보면 ‘단언컨대 없다.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쯤 된다.

최 씨의 한겨레 시론에 단서가 있다. 최 씨는 미디어렙 법안 관련해 한나라당이 민주당에게 안긴 폭탄에는 MBC 공영렙 편입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 씨는 MBC 민영미디어렙을 원하는 모양이다. 이게 연내 미디어렙 입법과 관련해 괜한 논란을 만들고 있는 핵심 이유다.

이명박 정부 들어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은 과거로 후퇴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최 씨는 MBC에게만 관대하다. 최 씨는 KBS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 미디어렙 등 지상파 재원 문제와 관련해 최 씨의 입장은 KBS는 안 되고, MBC는 되고, SBS는 안 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게 최 씨의 일관성이다. 같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를 놓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최 씨 논리가 타당한지 한겨레가 한 번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미디어렙 법안이 연내 처리 안 되면 광고시장은 무정부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관심 갖기 바란다.

끝으로 한겨레가 최 씨의 선동에 대해 밝혔으면 하는 대목이 있다. 최 씨는 한겨레 시론에서 "민영렙에 SBS가 4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직접영업을 하던 조중동 종편은 2년 후에 각각 40%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자사 미디어렙을 갖게 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한 소유규제는 1인 지분 40% 이하로 최대치만 결정한 것을 두고 최 씨는 SBS와 종편 각각이 4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최 씨의 우려와 달리 1인 지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많다. 방통위원회에서 허가 과정에서 최소화할 수 있다. 여야는 민영 미디어렙 허가제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게다가 종편 각각의 미디어렙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다. 종편의 미디어렙 출범할 2년 후는 모르긴 몰라도 정권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방통위 인적 구성도 달라진다. 결국 바뀐 방통위에서 허가 과정을 통해 종편 미디어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19대 국회에서 미디어렙을 처리하자는 민언련과 최 씨의 주장보다 현실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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