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방송광고판매대행법안(미디어렙) 연내 입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민주당 언론시민사회 연석회의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으로 민주통합당 임시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최민희 씨는 자신이 ’지난 1년 8개월 동안 민주당 통합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런 발언은 미디어렙 연내 입법이 불가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이지만 적지 않게 불편한 게 사실이다. 통합의 공신으로 미디어렙 결정권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그에게서 점령군의 시선이 느껴진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그의 발언은 사실이다. 그가 민주통합당의 일주체인 ‘국민의 명령’ 사무처장을 맡아왔다는 사실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통합을 위한 최 씨의 노력과 결과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민언련과 최 씨가 시대적 흐름인 통합의 주체로 나선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시민단체가 그들의 선택에 따라 정치 활동에 나선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는 시대다. 또한 그 결과에 따라 민주통합당의 임시 최고위원을 차지한 것도 문제 되지 않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서야 할 것과 나서지 말아야 할 것은 구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니 괜한 오해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책임이다.

그동안 미디어렙 논란과 관련해 민언련의 입장 표명이란 원칙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6월 8일 발표된 ‘미디어렙에 대한 민언련 입장’과 연내 입법에 찬물을 끼얹은 지난 22일 논평 ‘미디어렙법 야합 말라’가 대표적이다. 지난 22일 논평은 ‘미디어렙법 논의가 민주통합당의 이름으로 시작되는 지금 다시 한 번 미디어렙법에 대한 원칙을 밝힌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민언련과 최 씨는 미디어렙 연내 입법을 ‘조중동 특혜’라고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미디어렙 연내 입법을 위해 노력해온 언론노조, 언론연대, 종교 지역방송을 조중동 종편 특혜 지지 세력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판단이다. 민언련과 최 씨의 이런 규정이라면 연내 입법을 촉구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종교 지역방송은 조중동 종편 특혜를 부추기는 세력 쯤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자신들에게도 가당치 않았는지 꺼내지 않고 민주당을 향해 흔들리지 말라는 얘기만 할 뿐이다.

민언련과 최 씨는 통합의 틈새를 활용해 미디어렙 입법 과정에 대한 심판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모양이다. 언론노조와 언론연대, 종교 지역방송이 서울 여의도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미디어렙 연내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그동안 민언련과 최 씨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앙상한 원칙을 내우며 팔짱을 끼고 지켜보다가 밥 상 차려지니까 숟가락을 들고 나서 밥이 잘 됐느니, 반찬이 맛이 없다느니 하는 고약한 심판자가 민언련과 최 씨 아닌가 말이다.

연내 입법 좌절로 발생하는 무수한 문제에 대해 민언련과 최 씨는 대안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저 민주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 처리를 시도해야 한다는 말만 고장 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그 경우에도 입법이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CBS 기자 질문에 최 씨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최 씨는 임시 최고위원으로 민주당과 한 몸이 됐는데도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민주통합당이 공당인지, 자신의 사당인지 구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당은 통합이라는 이름을 더해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하지만 불순물이 적지 않다. 미디어렙 연내 입법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불순물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민주잡탕당의 가능성을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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