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안이 강행 처리됐다. 국민의힘 측은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증원, 추후보도청구권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른 사안은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충분히 논의했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을 표결에 부쳤다. 민주당은 8월 중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문체위 법안소위는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민주당이 마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통과된 대안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인 ‘허위조작보도’는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사진=리얼미터)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의 배상액은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정해진다. 손해배상액 하한선은 ‘매출액 1만분의 1’, 상한선은 ‘매출액 1천분의 1’이다.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1억 원 내에서 배상액이 정해진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연 매출액이 10억 원 이하인 언론사가 90%에 달한다”며 “상한선을 ‘1백분의 1’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의·중과실 요건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정정보도 청구 등이나 정정보도가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는 기사가 있음에도 그 전 기사를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하는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삽화·영상 등 자료와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시각자료를 사용해 새로운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해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이다. ‘시각자료’는 기존 민주당 대안과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없었다.

고위공직자, 대기업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기 위해선 언론의 ‘악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악의성’은 ▲언론이 허위·조작보도로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경우 ▲피해가 지속·반복적인 경우 ▲언론이 보복성 허위·조작보도를 하는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등이다. 이밖에 원고는 기자의 고의·중과실이 입증되거나, 기자가 언론사를 기망했을 때에만 기자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정정보도의 경우 원 보도와 동일한 방송, 지면, 장소에 게재돼야 한다. 정정보도 크기는 ‘원 보도의 2분의 1 이상’으로 정해졌다. “정정보도 크기를 원 보도와 동일하게 하는 건 무리”라는 문화체육관광부 측 입장이 반영됐다.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도 도입된다. 열람차단은 ▲보도 제목이나 본문 주요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보도가 개인의 신체, 신념, 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청구할 수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은 현행 90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난다.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자격 요건에 ‘일반 시민 중 대표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조항이 추가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언론중재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일반 시민이 중재위원으로 들어가도 되는가”라고 문제 삼았다. 하지만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언론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인가”라며 “모 일간지는 기자를 뽑을 때 ‘고졸’을 최종학력으로 정했다. 상식적인 일반인 수준의 지식이 있으면 중재위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법안소위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중인 상황”이라며 “김승수 의원이 오기 전까지 시간을 두고 법안을 조금 더 논의해보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미 충분히 논의했다. 국회법에 따라 표결해야 한다”고 맞섰고, 박정 소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유튜브 '형두캔두' 생중계 화면 갈무리 (사진=형두캔두)

한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형두캔두’에 법안소위를 생중계해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의겸·김승원 의원은 “유튜브 중계를 꺼라”고 요구했고 최형두 의원은 “언론인, 일반 시민들도 법안소위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소위원회 회의는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28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야당과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소위에 기습상정했다”며 “언론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곳은 해외 어디에도 없다. 공공성이 강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것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이중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대안은) 변화한 언론 환경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한 언론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언론 개혁의 첫걸음”이라며 “언론중재법이 상임위원회와 전체회의(본회의)에서도 속도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언론중재법을 전반기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라며 “정권 말기인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