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대형은 2007년 0.308의 타율과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53개의 도루로 도루왕과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이후 이대형은 다시 3할 타율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고 2명의 감독으로부터 주전으로 신임을 얻었습니다. 2009 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로부터 이택근이 영입되어 이대형은 벤치로 밀려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빗나갔습니다.

2011 시즌은 2007 시즌 이후 최악의 해가 되었습니다. 연이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으며 5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타율도 0.249로 어지간한 내야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2012 시즌을 앞두고 롯데 김무관 타격 코치가 LG에 영입되면서 이대형의 고질적인 약점인 타격 시 하체가 무너지는 약점이 보완되면 최대 장점인 도루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부활할 것이라 낙관적인 기대를 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 LG 이대형 ⓒ연합뉴스
하지만 이대형의 부활을 논할 때 빠지지 말아야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송구 능력입니다. 지난 5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2루 땅볼을 친 이대형은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 왼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5월 22일 잠실 롯데전에서 김수완의 투구에 강타당해 입은 발목 부상까지 겹쳐 이대형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는데 1군 복귀 이후에도 어깨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지 도루 시 과감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지 못했고 송구 능력도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박종훈 감독은 4강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뒤에도 자신의 감독직 유지를 위해 주전 선수들의 출장을 고집해 이대형은 부상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대형이 올 겨울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타격 및 도루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과거 박용택이 어깨 부상에서 제대로 재활하지 못해 외야 수비 시 상대 주자들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전혀 막지 못하는 바람에 ‘소녀 어깨’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은 전철을 자칫 이대형이 밟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박용택은 기본적으로 타격 능력이 뛰어난 타자이기에 지명 타자라는 활로가 있었지만 이대형은 타격 능력이 부족하기에 도루와 수비 능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선수입니다. 따라서 어깨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할 경우 팀 내 입지는 크게 줄어들 우려가 있습니다.

만일 이대형이 어깨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LG의 내년 시즌 외야 라인업은 더욱 약화됩니다. 이택근이 넥센으로 떠났으며 이병규와 이진영은 송구 능력은 뛰어나지만 과거에 비해 발이 무뎌져 수비 범위가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박용택은 포구 능력이 뛰어나고 수비 범위는 넓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어깨가 약해 송구 능력이 매우 취약합니다. LG 외야 요원들이 고령화되는 추세인 것입니다. 게다가 이대형을 제외하면 드넓은 잠실벌 외야를 도맡을 중견수 대체 요원은 딱히 손꼽기 어렵습니다.

내년 시즌 이대형은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 됩니다. 타격에서 갑자기 환골탈태하며 유례없는 도약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이대형의 어깨가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외야수들이 평범한 어깨를 지닌 국내 리그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형이 어깨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해 송구 능력에 취약점에 보인다면 선수 개인은 물론이고 LG에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이대형이 올 겨울 충실한 재활 과정을 통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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