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광택 칼럼]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원칙적으로 언론출판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4항)고 하여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제17조), 통신의 비밀 보장(제18조) 등도 규정하였다.

인터넷의 홍수 속에서 언론기관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언론에 의한 명예나 권리기 침해당하는 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설사 피해구제가 이뤄진다고 해도 피해자가 만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나라의 손해배상법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이념으로 하여 피해자에게 실제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도 피해자가 손해의 액수에 대해서 입증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인격권 침해의 경우 그 손해액의 입증이 쉽지 않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법원이 취재 및 보도의 경위, 보도 후의 정황, 언론사의 사회적 공신력, 피해자의 신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의 형식으로 손해액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실손해의 배상을 명하는 경우 배상액의 범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실효적 구제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리얼미터)

영미법에서는 특히 ‘사회적 범죄행위’나‘ 공적 부당행위’에 대해서 일반화되어 있는‘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s)’라 하여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언론보도 피해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통해 피해자의 실효적 구제를 도모함과 동시에 언론사는 신중하고 공정한 언론보도를 하도록 하여 보도피해를 예방한다. 다만 그 요건은 언론의 인격권 침해가 ‘위법’한 것으로서 ‘의도적 또는 악의적’으로 행하여진 것임이 명백한 경우로 한정하여 언론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유의할 점은 처벌적 손해배상은 다소 형벌적인 성격이 들어가 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민사책임이므로 형사책임, 행정제재와는 다르단 점이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이미 이행한 가해자라 하더라도 벌금 등 별도의 형사책임을 지거나 과징금 등의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5조(손해배상 책임)에서 “원사업자가 ......을 위반함으로써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원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였는데 2011년 6월 30일 시행된 이 규정이 대한민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최초의 법규정이다.

이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조정·중재 또는 시정명령의 내용)에서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손해액을 기준으로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고 하였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3조(손해배상의 책임)에서 신용정보회사 등이나 그 밖의 신용정보 이용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 법을 위반하여 신용정보주체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해당 신용정보주체에 대하여 그 손해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중대재해처벌법 강력 시행 촉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에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2022년 1월 27일 시행) 제15조(손해배상의 책임)에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하였다.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중대재해법 제정 당시 참고가 된 영국의 「기업살인법 2007」은 중대의무 위반으로 유죄로 확인되면 해당 기업에 대해서 모든 위반사항을 회복하거나, 지신의 과오를 공표하거나 무제한의 벌금을 명령할 수 있다. 형량위원회의 권고는 조직의 규모와 매출액에 기초하여 30만 파운드(436,278,000원)이상 무제한이다. 이 법에 의해 최근까지 처벌된 26개 기업 중 최고의 벌금형은 2017년 5월 고공에서 상차작업을 하다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Martinisation London Ltd. 에 선고된 120만 파운드(17억3,274만원)이다.

언론에 의한 인격권 침해는 중대재해에 버금간다. 따라서 엄중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언론피해를 구제하여야 한다. 미디어오늘이 작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81%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 이광택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15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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