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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경로당 회장 선거' 사건[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김은희 | 승인 2021.07.22 14:19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파트 경로당 회장 선거에 관한 이야기였다. 현재 회장인 김의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태였고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김이 회장으로 있는 경로당은 지역에서도 규모가 좀 있는 곳으로 회원 수가 80명쯤 되었다. 자격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으로 회비를 낸 사람이면 누구나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한 달 회비라고 해봤자 분식집 백반 가격 정도로 회비라는 명분만 갖춘 정도였다. 회비는 경로당 운영비로 사용되었지만 겨우 한 달 전기요금을 낼 수 있는 정도의 금액에 지나지 않았다. 회비로만 경로당을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부 지원을 받았다. 시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받아 경로당 운영비를 충당했다. 

경로당 회원으로선 백반 정도의 가격으로 한 달 내내 따뜻한 점심을 해결하고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겨울엔 따뜻한 방에서 몸을 녹일 수 있으니 이곳처럼 괜찮은 쉼터가 없었다. 오전에는 외부 강사가 초청돼 노래도 배우고, 요가도 했고 점심 식사가 끝나면 모여 앉아 심심풀이 화투를 쳤다.

경로당은 이용하는 회원의 평균 연령은 75세 이상으로, 이곳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즐거운 놀이터였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 사건, 사고가 있듯이 경로당에서도 사소한 마찰과 사건이 발생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사건이라고 해봤자 화투를 치다 마음 상한 일,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에서 매번 농땡이를 치는 사람에 대한 불만 정도였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회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압도적인 지지로 회장에 선출되어도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고, 뒤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다. 또 청렴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사람이라도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불편한 볼멘소리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불편한 목소리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불편한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세력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원인은 운영에 대한 불만이라고 말했지만, 핵심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시점이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일부 회원을 중심으로 회비를 내지 못하겠다는 소리가 운영비가 투명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번졌다.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경로당을 운영하지 않았는데 회비를 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경로당을 문을 열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야 하고, 설치된 설비 비용을 내야하고 관리 비용이 든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또 경로당을 운영하지 않는 동안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쌀을 나눠주기도 했고, 떡을 맞춰 나눠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만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기어코 외부 사람을 동원해 무력으로 경로당을 점거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를 해결하러 온 동사무소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며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로당 점거 사건에는 배후 세력이 있었다. 배후 세력은 유 씨였다. 유 씨는 전 회장으로 비리로 쫓겨난 사람이었다. 운영비를 마음대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한 일이 발각되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회장은 유 씨가 물러나고 난 다음에 회장을 맡았다. 사실 김은 부회장이었다. 김은 회장의 사망으로 부회장에서 회장이 되었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라 노환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수 없는 기막힌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유 씨는 한동안 경로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모습을 보이지 않던 유 씨가 경로당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한 것은 회장의 몸이 쇠하여 병색이 짙어지기 시작한 때였다. 김이 회장으로 선출되자 본격적으로 경로당을 나오기 시작했다. 

경로당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한 유 씨는 예전부터 자신을 따르는 몇 사람을 중심으로 세력을 만들었다. 유 씨의 세력은 김이 시행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걸고넘어지고 물고 뜯었다. 김이 회장 임기 말기가 되자 유 씨는 앞에 나섰다. 유 씨를 따르는 세력은 뒤에서 소문을 만들고 가짜를 진짜처럼 이야기하고 다니며 회원들 마음을 들쑤셨다. 급기야 현재 회장인 김을 지지하는 파와 차기 회장을 노리는 유 씨 파로 나뉘었다.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김의 힘이 다했다고 생각한 유 씨는 거세게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김의 말을 따르지 않고 몰래 서류를 작성해 기관에 제출하고 돈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김에게 발각되자 오래된 관행이며 전, 그 전 회장부터 계속된 일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냐며, 왜 빡빡하게 구냐며 도리어 화를 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김은 고심에 빠졌다. 김의 선택은 원칙대로 하자. 남은 임기 동안 이제껏 해왔던 소신대로 원칙을 따르자는 결심을 했다. 원칙에 어긋난 일을 바로잡았다. 몰래 돈을 받은 사람은 기관과 의논해 퇴출하고, 회비를 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이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자 소문이 잠잠해졌다. 유 씨가 목소리를 높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김의 연임을 원했다. 김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원칙에 따라 소신껏 일한다는 사실을 믿었다. 시골 경로당 회장 선거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김의 현명한 판단이 레임덕 상태로 치닫지 않게 만들었다. 

어르신들의 세상이 정치와 다르지 않다. 정치도 원칙에 따라 소신껏 한다면 정권 말기 레임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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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postboat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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