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3일 MBC가 3.68 테라바이트 분량의 세월호 CCTV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전하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월호에 설치된 64대의 CCTV 영상 일부가 CCTV 저장장치인 DVR에 남아 있었으며 지난해 MBC는 이 중 일부를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입수했다. 2014년 참사 4개월 만에 복구된 CCTV 데이터로 이번 MBC 분석 과정에 관련 전문가가 참여했다.

MBC '뉴스데스크' 13일 <[단독] '세월호 CCTV' 복원했더니…'1박2일'·'강남스타일'이?> 보도 화면 갈무리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복원된 파일 중에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편집본, 싸이의 ‘강남스타일’, 김건모의 ‘빗속의 여인’ 등 CCTV 영상과 상관없는 음원·영상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의 출처는 세월호 노트북이었다.

MBC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데이터에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MBC는 “당시 이 노트북이 선내 방송에 영상을 띄우거나 노래를 재생하기 위해 쓰였을 뿐, CCTV 저장장치에는 어떤 식으로도 연결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MBC는 “누군가 컴퓨터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면 CCTV 영상만 있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건 있을 수 없다"는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더했다.

과거 세월호 CCTV 저장장치 하드디스크를 복원한 민간 데이터복원 전문업체 측은 MBC 취재진에게 예능 프로그램 영상 파일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인지했고 “오류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복원 장비인 PC-3000이 기계적 오작동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데이터복원 업체는 당시 복원 장비인 PC-3000이 이미 폐기됐으며 작업 기록도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MBC는 세월호 CCTV 복원과정을 담은 기록이 없어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데이터 복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인지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인지를 특검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 수사는 8월 11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같은 MBC 보도는 의도적인 데이터 조작에 무게를 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세월호 관련 보도를 이어온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는 14일 SNS에서 “‘조작 가능성’을 언급한 것처럼 구성된 고려대 이상진 교수의 인터뷰는 MBC가 앞뒤 문맥 다 자르고 자신들이 원하는 구성에 맞춰 일부만 잘라서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진 교수팀은 2019년 뉴스타파와 함께 세월호 DVR 하드디스크를 함께 복원해 분석한 바 있다. 당시 뉴스타파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제기했던 ‘DVR 바꿔치기 의혹’을 검증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13일 <'세월호 CCTV' 복원했더니...'1박2일'·'강남스타일'이?> 보도 화면 갈무리

이상진 교수는 1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분석 결과 CCTV 영상이 조작됐다기보다는 포렌식 도구 PC-3000이 오작동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맥락상의 발언이 보도에 담기지 않아 조작 가능성이 있는 쪽에 동의하는 뉘앙스로 보도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PC-3000을 제작한 회사 측에 문의한 결과 ‘시스템상에 오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세월호 관련 기록들이 모두 법원에 제출됐어야 하지만 일부만 제출됐다. 이 과정에서 조작인지 소프트웨어상의 오류인지 규명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소실됐다”며 “포렌식 절차상에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전체적인 뉘앙스가 마치 데이터 조작처럼 편집된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는 “CCTV 복원 당시 사용된 PC-3000 프로그램이 폐기돼 기술적인 문제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관계가 틀렸다”며 “당시 버전은 지금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재연 테스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 역시 "당시 사용했던 PC-3000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가 버전이 업그레이드 됐을 뿐 구하려면 구할 수 있다"며 "(MBC 보도에 등장한)데이터 복원 전문업체는 애초 일부 정보만 받아서 복구했고 지시에 따라 폐기했는데 의도적으로 폐기한 것처럼 비춰져 억울할 것 같다. CCTV 자료를 전부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중간에 소실한 이와 절차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15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MBC는 사참위가 제기했던 ‘세월호 CCTV DVR 바꿔치기 의혹’과 '임경빈 군 구조 방기 의혹'을 사참위 주장대로 보도했고 추가 확인은 하지 않았다”며 “특검 결과 발표 전에 의혹 보도를 깔아놓으면 수사가 끝나도 대중이 그 결과를 믿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2019년 11월 MBC ‘뉴스데스크’는 사참위 중간발표 내용을 전하며 해경이 참사 당일 단원고 학생 임경빈 군을 맥박있는 상태에서 구조했으나 5시간 가까이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검찰 수사단은 지난 1월 사참위가 수사 의뢰한 8건 가운데 임경빈 군 구조 방기 의혹 등 6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한편 17일 남재현 MBC 기자는 해설기사 ‘뉴스인사이트’에서 “‘조작 가능성’과 ‘기계적 오류’ 모두 단정 짓기 쉽지 않았다”며 “현재 세월호 CCTV의 복원과정을 담은 기록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남 기자는 “세월호 CCTV 복원은 당시 전국민의 관심사였지만 정작 그 복원 과정, 절차를 검증하는 데엔 놓친 게 많았다”며 “이번 취재에서 당시 진실을 찾는 방법과 수단에서 여러 공백이 있었음이 드러났고 취재진은 그 공백을 메우고 불필요한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