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가짜 수산업자’ 김 모 씨로부터 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여권 공작설’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주요 신문사들이 “이제라도 당장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공작설을 제기하면서 아무런 근거를 대지 않은 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13일 경찰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여권 인사가 Y(윤석열)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며 “이번 일은 여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안 하겠다, 못 하겠다’고 했더니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됐다”며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그날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했다. 이 전 위원은 여권 인사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13일 경찰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4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동훈 대변인이 없는 말 지어내서 할 사람도 아니라고 본다”며 공작설에 힘을 보탰다. 윤 전 총장은 “나에 대한 공격이 다양한 방면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은 했다만 수사를 악용해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놀라웠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동훈 전 논설위원의 공작설에 호응했지만 주요 신문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들은 15일 이동훈 전 대변인에게 “공작의 근거가 뭔지 정확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한겨레는 사설 <‘정치 공작’ 주장한 이동훈, 근거 뭔지 분명히 밝혀야>에서 “주장의 진위와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며 “만약 여권의 회유가 있었다면, 그런 정치공작은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 수사를 모면하려고 이 씨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 전 위원은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중견 언론인이었다”며 “그런 그가 고작 몇백만 원어치 금품에 언론인 윤리를 내팽개친 혐의로 입건된 것도 모자라, 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주장을 불쑥 던지면서 아무런 사실 근거도 대지 않는 건 치졸하다. 사실을 추구하는 언론인의 자세를 저버린 모습에 참담함과 민망함을 금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이동훈, ‘선거 공작’ 제안했다는 여권 인사부터 밝혀야>에서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한 정치적 공방만 오갈 공산이 크다”며 “의혹의 당사자인 이 전 위원은 여권 인사가 누군지 밝혀야 한다. 그게 중견 언론인 출신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라고 썼다. 세계일보는 “만에 하나 자신의 금품수수 의혹을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면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며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대선이 오염되기 전에 서둘러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서울신문은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사기 사건에 연루된 언론인인 만큼 주장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Y 공작설’ 사실관계 확인 없이 정쟁 악용 안 돼>에서 “업자와의 유착 관계로 수사를 받는 사람 입에서 나온 주장이라 현재로선 곧이곧대로 다 믿기는 어렵다”면서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되지도 않았고 아직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설사 누군가 이 말을 한 게 사실이라 해도 그 사람이 어디 소속인지, 정권과 어떤 관계인지를 따져봐야 진짜 공작 차원에서 한 말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기 과시적인 말에 불과한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실체 없는 진위 공방을 끝내려면 이 전 위원이 공작설을 뒷받침할 근거를 속히 내놓아야 한다”며 “본인을 회유했다는 사람과 대화 내용 등을 공개하면 진위가 금방 드러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공작설만 던져놓고 대선판을 계속 흐리게 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이동훈 ‘정치공작’ 주장, 실체를 밝혀라>에서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 언론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 신뢰가 다소 떨어지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며 “‘여권, 정권의 사람’도 누구인지 밝히고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를 입증해 ‘공작정치’라는 자기주장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권 인사, Y치자’ 이동훈에... 윤석열 “없는 말 만들 사람 아냐”> 기사에서 "(공작설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윤 전 총장 측도 이날 공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가세했다"면서 "자신을 겨냥한 여권의 공작 의혹이 제기된 만큼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썼다. 또한 조선일보는 공작설과 관련된 여야 공방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국일보는 <[단독] "가짜 수산업자 골프 안 치는데..." 캘러웨이 골프채 미스터리> 기사에서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골프채를 빌린 것이 아니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전 위원은 “지난해 8월 골프 때 김 씨 소유의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 이후 집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했다”며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경찰은 김 씨가 평소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했다. 또한 경찰은 김 씨가 지난해 8월 골프 모일 때 필드에 서지 않았고, 라운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음식점으로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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