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박완규의 말과 태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제 논란의 진원지를 찾자면 논란이 있다는 기사 외에는 찾을 수가 없다. 수많은 연예인 관련 논란의 대부분은 진원지를 찾기가 어렵다. 때로는 기자 혼자만의 격동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할 지경이다. 물론 박완규의 태도가 못마땅한 사람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예인을 신입사원 면접 보듯이 하려는 부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여전히 관습과 싸우고 있다. 법정이 아닌 가십에서의 승자는 관습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안티, 악플러 등에 가세하면 해당 연예인은 자유로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의사표현을 포기하고 대본대로 가자는 마음을 먹게 된다. 진솔함을 따지기 전에 연예인은 자기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빼앗기는 것이다.

얼마 전 나꼼수를 다룬 100분 토론에서 이슈가 된 것이 있다. 현재 인터넷 여론을 보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했다. 한쪽에서는 품위 없는 소통이라고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집단지성이라고 반박했다. 전향적으로 보자면 후자라고 해야 옳다. 특히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한 SNS의 흐름은 집단지성이 주도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유독 연예계 이슈에 대해서는 이 집단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연예계 이슈는 지성보다는 폭언과 마녀사냥이 설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연예인들에게 용기와 투쟁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마음껏 행동하라고 하는 당연한 격려가 자칫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의 밥줄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이런 시류에 저항하는 연예인도 드물게 등장한다. 신해철이 그렇다. 신해철이 하는 말을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오히려 동감하기 어려운 모습이 더 많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표현의 자유를 고수하는 신해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존중할 수밖에 없다.

이제 박완규에게도 그런 모습을 찾게 된다. 박완규는 나가수에 출연해서 일체의 가식 없는 모습으로 솔직한 표현으로 일관했다. 다소 거친 표현도 없지 않았다. 그 발언들에 대해서 시시콜콜 토를 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쨌든 그런 낯선 모습에 엄숙주의에 빠진 일부 언론이 대중을 선동했고 이에 대해서 박완규 측의 대응이 나왔다. ‘태도 논란은 있어도 무대에 대한 논란은 없을 것이다’는 취지의 반응이었다.

다시 말해서 태도 논란에 아랑곳 않겠다는 것인 동시에 가수로서 자기 무대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지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선언이었다. 거꾸로 말해서 노래 못해서 욕먹는 것은 감수하겠지만 무대 밖에서의 언행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딴죽 걸지 말라는 완곡함도 발견할 수 있다. 이 기사를 대하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정도는 돼야 로커다. 록은 기술이 아니라 정신이다. 박완규가 예전만큼 노래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로커인 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당당함이었고, 그것에 시비 거는 사람들에게 쫄지 않는 용기였다.

나가수 첫 경합에서 2위를 했지만 그것은 박완규 말처럼 별 의미 없다. 나가수는 2011년이 만든 최고 예능인 동시에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온 최악의 예능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가수를 키운 5할이 논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당한 논란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이번 박완규의 태도논란 같은 것이다. 여기에 박완규가 쫄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앞으로도 쫄지 말고 하고픈 말 그대로 다 하길 바란다. 박완규의 당당한 태도는 샤우팅보다 짜릿했다. 그렇게 길들여지지 않은 로커 한 명쯤 있어도 좋지 않은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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