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사칭 취재’ 발언과 관련해 한겨레 기자들에게 사과했다.

김 의원은 14일 자신의 SNS에 “한겨레 후배님들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날 한겨레 2면에 실린 <김의겸의 감수성> 기사에 대한 답신이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 의원은 “친정인 한겨레 후배로부터 질책을 들으니 가슴 한쪽 구석이 와르르 허물어진다”며 “변명부터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MBC 취재진을 고발한 걸 비판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대선 주자의 첫 행보가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MBC 취재진의 경찰 사칭은 분명 잘못됐지만 고발할 정도로 심각하고 무거운 범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강조하다 보니 MBC 기자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보이고 싶었고 MBC의 흠결을 채널A 사건보다 더 심각한 보도윤리 위반으로 몰아가는 몇몇 언론에 대한 반발 심리도 일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제 잘못”이라고 재차 사과한 뒤 “윤 전 총장의 의도를 선명하게 부각하려고 아주 오랜 전 언론계의 그릇된 취재 관행까지 끌어 오고야 말았다”고 했다. 이어 “가볍게 던진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겨레 후배들의 마음에 이토록 상처를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앞으로 제 언행으로 한겨레 식구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삼가고 조심하겠다”고 했다.

또한 '사칭 취재' 관련해 자신이 소개했던 경찰서 경비 전화 사용 사례는 20~30년 전 이야기로 당시 전반적인 언론계 풍토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겨레 기자로 일할 당시 “취재윤리를 어겨서라도 기삿거리를 가져오라고 채근하는 선배는 결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14일 한겨레 지면에 실린 <김의겸의 감수성>

김의겸 의원은 12일 MBC 취재진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응을 비판하려다 사칭 취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이 MBC를 고발하셨던데 기자가 수사권이 없으니까 경찰을 사칭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사칭은) 잘못된 것이지만 나이 든 기자 출신은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 나이 또래는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심지어는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전화번호가 뜨면 상대방이 경찰이 한 것처럼 믿게 하려고 경찰서의 경비 전화를 사용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잘못했지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가 예비후보 등록 첫날 자신을 검증하려는 기자를 고발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윤석열에 대해서는 생략이 된 채 MBC 기자의 행위에 대해서 말씀드린 부분이 부각된 것은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겨레는 14일 2면 ‘말 거는 한겨레’ <김의겸의 감수성>에서 김 의원의 '사칭 취재' 관련 발언을 다뤘다. 정환봉 소통데스크는 “한겨레 기자들은 경찰을 사칭하는 빠르고 쉬운 방법 대신 밤 서리 맞으며 쓴 긴 편지로 누군가를 설득했고, 흔한 사건 기사 한 문장에도 곡해가 있을까 다섯 번씩 다시 써 무엇이 가장 적당한지 물어왔다”며 “취재 윤리를 어겨서라도 기삿거리를 가져오라고 채근하는 선배를 만난 적도 없다”고 썼다. (▶관련기사 : 한겨레도 부끄러워한 김의겸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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