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14일 조선일보가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제기한 '정권 개입설'을 지면에 기사화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이 전 논설위원 입건 소식에 대해 사실상 침묵해왔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수산업자’ 김 모 씨로부터 중고 골프채 등을 수수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 전 논설위원은 13일 경찰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여권 인사가 Y(윤석열)을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이번 일은 여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안 하겠다, 못 하겠다’고 했더니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됐다”며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그날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했다.

13일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경찰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논설위원은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지난해 8월 골프 때 김 씨 소유의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며 “이후 집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했다”고 말했다.

이 전 논설위원이 주장한 정권 개입설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여된 사람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4일 8면 <윤석열 前대변인 이동훈 “여권 인사, Y 치자고 회유”> 보도에서 이동훈 전 논설위원의 음모론을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이동훈 전 대변인이 경찰조사를 받고 나와 (여권 측) 회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며 “회유를 시도한 여권 인사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수사 정보가 어떻게 언론에 흘러갔는지, 이 씨에게 회유를 시도했다는 여권 인사가 누군지 등 사실관계부터 파악할 것”이라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발언과 “저질 자작극”이라는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반박을 기사에 담았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에서 “찾아왔다는 여권 인사가 누군지 밝혀라”며 “이동훈 전 논설위원을 상대로 무슨 공작을 하겠다는 것인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전 논설위원이 그 정도 급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건 본인 수사를 봐달라고 구애하는 것”이라며 “골프채를 빌렸으면 돌려줘야지 집에 가져간 이유는 뭔가. 직장(조선일보)에서 배운 왜곡하는 법을 본인 사건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이동훈 전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의 입건 소식을 사실상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 전 논설위원 입건이 알려진 지난달 29일부터 수일간 ‘수산업자’ 사건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1일 사설 <검사·경찰·언론인 엮인 ‘김영란법’ 위반, 개탄스럽다>에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걸 강하게 비판했던 조선일보가 자사 전·현직 기자가 받는 의혹에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며 “30일 대다수 신문이 보도한 이 사건을 조선일보는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반성하고 달라진다더니 조선일보·TV조선 왜 이러나> 논평에서 “조선일보, TV조선 등 11개 관계사를 아우르는 조선미디어그룹 대표로서 방상훈 사장이 답해야 할 때다. 방 사장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8일 침묵을 깨고 이동훈 전 논설위원, 엄성섭 앵커의 입건 사실을 알렸다. 조선일보는 <‘가짜 수산업자’發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박영수 특검 사의> 기사에서 “이 전 위원과 엄 기자는 각각 중고 골프채와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엄 기자는 자신이 김 씨 회사의 홍보 모델을 해준 대가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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