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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문제투성이 아이? 세상에 나쁜 기질은 없다[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7.13 18:18

[미디어스=이정희] 집집마다 아이가 하나나 둘인 시대다. 가끔 셋인 집도 있지만 드물다. 이제는 안 낳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저런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더 '공'이 들어간다. 하지만 공은 들어가는데 점점 더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다. 

7월 12일부터 EBS 다큐프라임은 <아이> 3부작을 방영한다. 중세시대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으로 여겨졌다. 당연히 교육도 그에 맞추어 이루어졌다. 계몽사상가 존 로크는 아이들은 모두 백지상태에서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역시나 백지상태의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2021년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다큐프라임은 21세기에 걸맞은 교육관을 찾기 위해 아이들의 존재와 성장의 비밀에 주목한다. 

일춘기

EBS 다큐프라임 <아이> 1부 ‘일춘기’ 편

그 첫 번째 시간은 '일춘기(一春期, period of the first spring)'이다. 사춘기나 오춘기조차 흔한 말이지만, 일춘기라니? '춘기'는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뜻한다. 그렇다면 '일춘기'라면 인생 첫 번째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의미한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왜 우리 아이는 남들과 다를까?'일 것이다. 왜 우리 아이는 남들처럼 얌전하지 않고, 왜 우리 아이는 남들처럼 어울려 놀지 않고, 왜 우리 아이는 자기중심적일까 등등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 다큐프라임은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에게 성격과 기질이 있는데, 이 중 기질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했다. 즉, 사람마다 '타고난 고유의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이 타고난 성질이 사회와 부딪치며 자신을 드러내는 역동적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첫 번째 과정이 3살에서 5살 사이 '일춘기'라는 것이다. 다큐는 아이들이 각자 가진 고유한 기질을 알면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가진 고유의 기질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아동심리학자 메리 로스바트는 크게 내향성, 의식적 통제, 부정적 정서 등으로 아이들의 기질을 구분한다. 다큐는 이런 지표에 따라 아이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참 '다른' 아이들 

EBS 다큐프라임 <아이> 1부 ‘일춘기’ 편

다섯 살 아린이가 타고 가던 킥보드가 고장 난다. 그런데 아린이는 킥보드를 던져 놓고 곧 옆에 있는 나무에 매달린다. 인터뷰 중, 아린이는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기도 하고, 뱀이 되기도 한다. 엄마는 아린이에게 말한다. '제발 좀 가만히 있어'라고. 아린이는 객관적으로 산만한 아이라 보인다. 

일곱 살 원이는 공룡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공룡박사지만 글루건을 녹여서 하는 붙이기 활동 같은 건 뜨거울까봐 안 하고 싶다고 한다. 엄마는 그리지만, 새로 만난 선생님을 그리는 건 잘못 그릴까봐 싫단다. 블록처럼 늘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만 한다. 

여섯 살 유찬이는 동생이랑 잘 싸운다. 동생이 자기 것을 뺏는다는 것이다. 하나뿐인 공룡 풍선이 유찬이가 지켜야 할 대상이다. 당연히 엄마한테 혼난다. 

반면 다섯 살 담이 엄마는 담이가 너무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거절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그림그리기 시간, 담이는 선생님이 말하는 모든 것을 그린다. 말만 하면 다 그려줄 태세다. 

또 다른 다섯 살 도하는 양말이 축축하다며 인터뷰에 집중을 못한다. 엄마가 갈아 신겨 줬는데 양말이 두껍다며 영 마땅치 않아 한다. 바깥 놀이에서 아무리 불편해도 땅에 엉덩이를 대지 않는다. 손에 흙이 묻지 않아도 털어댄다. 아무리 친구가 맛있다고 해도 잘 모르는 맛은 안 먹고 싶다. 

세상에 나쁜 기질은 없다 

듣고 보면 다들 '문제투성이'이다. 정말 그럴까? 

EBS 다큐프라임 <아이> 1부 ‘일춘기’ 편

킥보드가 고장 나도 새 놀이를 찾는 아린이를 전문가는 산만하다고 평가하는 대신 ‘주의배분, 분산능력’이 좋다고 말한다. 수렵시대에는 굉장히 유리한 기질이었지만, 집중을 강조하는 현대에 와서 불리한 기질이 되었다는 것이다. 

원이는 어떨까? 엄마는 뭐든 싫다고 하는 원이가 걱정이지만 전문가는 원이에게 인내력 성향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자기결정권의 존중감이 강한 원이는 하기 싫은 걸 하라고 하면 힘들어한다. 하지만 분명 훌륭하게 본인의 것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걸 드러내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자신이 가진 영역이 존중될 때 원이의 얼굴은 밝아진다. 

동생과 싸워서 늘 혼이 나는 유찬이. 그런데 동생과 둘만 남자, 유찬이가 달라진다. 형아답게 동생을 돌본다. 넘어져서 코가 아프지만 동생 앞에서는 울지 않는다. 꾹 참고 일어나 다시 동생과 놀아준다. 자극추구 성향이 강하고 위험회피 성향이 낮은 유찬이는 적응에 유리한 안정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과 맥락을 잘 구분하며 통제능력이 뛰어나다. 엄마의 눈에 자기 것만 지키려 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찬이는 사실 엄마 앞에서도 멋진 형아이고 싶은 아이다. 

너무 남을 배려해서 걱정이라는 담이는 사회적 민감성과 정서적 감수성이 높은 아이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날 이뻐했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그러니 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앞선다. 같이 노는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문이 되기도 한다. 엄마는 담이 자신의 색깔이 없을까 걱정하지만, 바로 그 배려가 담이의 '강점'이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 1부 ‘일춘기’ 편

다큐프라임은 일관되게 말한다. 좋은 기질이나 나쁜 기질은 없다고,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이 '우주'라고. 그리고 2살부터 형이 된 유찬이처럼 아이로 사는 것도 쉬운 건 아니라고. 그래도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형이 돼도 이해하려고 한다고. 부모들의 몫은 그저 아이들이 가진 기질을 그대로 이해해 주는 것이라고.

어렵게 아이를 가진 도하 엄마. 새로운 자극에 경계심이 크고, 작은 한 발자국도 나서는 게 쉽지 않은 것이 도하의 기질이라고 하자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 늘 자신이 뭘 잘못해서 도하가 저런 것일까하고 힘들어했던 도하 엄마에게 그게 도하의 기질이라는 결론은 숨통을 터주는 것과 같다. 쟤가 왜 저러지가 아니라, 편안하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질도 사회적 과정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 2006년에서 2021년까지 유아에 대한 종단 연구를 해온 이주영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아이들의 기질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 '사회적 민감성'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기질이 변했다기보다는 요즘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민감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라고 분석한다. 

수렵시대 가장 촉망받던 기질을 가진 아린이가 2021년에는 산만한 아이가 되듯이, 기질은 시대에 따라 기피되기도 하고 강조되기도 한다. 주양육자의 양육 방식과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다큐는 다시 한번 주장한다. 아이들의 기질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한 명 한 명이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할 존재일 뿐이라고. 그리고 조심성 있는 원이가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내듯, 아이들을 존중하고 인정해 줄 때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기질 속 장점을 한껏 펼쳐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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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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