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라돈치치 ⓒ연합뉴스
최근 축구계는 라돈치치의 사상 첫 귀화 선수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서 7년 가까이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한 라돈치치는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갖춘 외국인에 한해 별도 심사를 거쳐 귀화를 허락하는 제도인 '특별 귀화' 방식을 통해 귀화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귀화에 성공할 경우, 라돈치치는 신의손(사리체프), 이성남(데니스), 이싸빅(싸빅) 등에 이어 4번째로 귀화한 외국인선수가 됩니다. 더불어 라돈치치 스스로 대표팀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혀 사상 첫 태극마크를 단 귀화 축구대표팀 선수를 보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문화, 다민족 시대를 맞이하면서 체육계 역시 이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몇몇 종목에만 국한됐던 데다 보이지 않는 장벽, 편견 때문에 활발하지 않았던 귀화 국가대표 선수는 이제 한국 스포츠의 자연스런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귀화 국가대표, 배구 후인정

귀화 선수 가운데 국가대표를 처음 경험한 선수로는 배구 스타 후인정이 꼽히고 있습니다. 화교 출신 후국기 전 감독의 아들인 후인정은 1994년 귀화해 10년 넘게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며 '귀화 국가대표 1호'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김세진, 신진식 등과 더불어 스타 선수로 각광받았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견인하기도 했지만 그가 귀화를 신청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음에도 화교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국가대표를 지내지 못했던 한을 아들만큼은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귀화를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 한을 아들 후인정은 제대로 풀었고, 현재는 프로배구 최고령 선수로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탁구 귀화 선수

이후 귀화 국가대표 선수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체육계는 2000년대 중후반을 계기로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만리장성의 벽'이 높은 종목, 탁구였습니다. 이미 탁구는 '한중 핑퐁 커플'로 유명했던 자오즈민을 시초로 중국 출신 선수들의 귀화 러시가 이어졌습니다. 곽방방, 석하정 등이 주목받았고, 이들이 성공 궤도를 달리면서 최근에는 중국 출신 귀화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는 선수로는 바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로 출전했던 당예서가 있습니다. 2000년 한국에 들어와 대한항공팀 연습생으로 뛰었던 당예서는 2007년 귀화한 뒤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08년, 한국 탁구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단체전 동메달을 주도, 외국인 귀화 선수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예서의 '코리안 드림'은 한동안 큰 주목을 받을 정도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현재 당예서는 아이를 낳은 후 몸을 만들고 생에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 당예서 ⓒ연합뉴스
떠오르는 농구 귀화 국가대표

탁구의 뒤를 이어 귀화 선수가 많은 종목으로 농구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구의 경우, 부모님이 한국인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계 미국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2년 전, 한국농구연맹(KBL)이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일 경우 한국 프로농구에 뛸 수 있는 귀화 혼혈선수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한국 농구 분위기 자체를 바꿀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농구 선수 첫 귀화 국가대표는 '산드린 형제' 중에 한 명인 이승준이었습니다. 에릭 산드린이라는 미국 이름을 갖고 있는 이승준은 동생 이동준과 한국 프로 농구에 진출했으며, 2009년에 귀화에 성공해서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됐습니다. 이어 지난 9월 열린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는 동생 문태영과 귀화했던 형 문태종이 선발돼 맹활약을 펼쳐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 외에도 KCC의 전태풍이 귀화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언제든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될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여자 농구에서는 삼성생명의 킴벌리 로벌슨이 지난 달 30일 귀화에 성공해 사상 첫 여자 농구 국가대표 선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이동준, 이승준 형제ⓒ연합뉴스
그 밖에 빙상 종목에서도 귀화 선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피겨 꿈나무로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디아 뮬러는 2009년 귀화해 현재 피겨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화교 3세 공상정은 쇼트트랙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현재 귀화를 추진하고 있어 첫 쇼트트랙 귀화 국가대표 선수가 될지 주목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퍼져 있는 귀화 축구 대표 선수, 다민족 팀

한국 축구에서 라돈치치의 국가대표 추진이 처음 있는 일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크게 퍼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출신, 인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1994년 미국월드컵 예선에 참가했던 라모스를 시작으로 로페스, 산토스, 툴리우 등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귀화해 활약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또 중동 역시 막강한 오일 달러를 활용해 아프리카, 남미 출신 선수들이 대거 귀화해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 밖에 귀화 선수들은 아니지만 프랑스는 이미 지단, 비에이라, 튀랑 등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대거 대표 선수로 활약해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제패한 바 있으며, 독일 역시 폴란드 출신의 클로제, 포돌스키, 터키계 외질 등이 활약하며 오랫동안 강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해오고 있습니다. 클럽 축구의 글로벌화로 이제 순혈주의가 국가대표 축구에서도 거의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습니다.

편견 깨고 균등한 기회 보장,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를

각 나라간 국경이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다문화, 다인종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대에 외국 출신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게 사실입니다. 어떤 출신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 능력을 중시한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한국스포츠의 강세로 이어진다면 귀화 선수들의 확산은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면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고정관념, 편견으로 색안경을 썼던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갖고 한국 스포츠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귀화 선수 국가대표 확산 현상이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하나의 현상에서 한국 스포츠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귀화 국가대표 증가 현상, 앞으로도 꾸준하게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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