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요한의 사무실을 폭파시킨 것은 자작극이 아닌 재단의 경고였다. 그들의 지시나 의지에 따르지 않는 자에 대한 경고를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을 요한은 알게 되었다. 재단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는 순간이다.

삼엄한 감시가 이뤄지는 법원을 폭파시킬 수 있는 존재다. 가장 중요한 국가시설에 침입해 판사의 사무실을 날려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실질적인 존재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다.

요한이 다음 대상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차 법무부 장관 아들을 선택한 것도 명확해졌다. 수많은 범죄자 중 권력과 부를 모두 쥔 자의 아들을 택했다. 재단의 핵심 멤버 중 하나인 이영민을 택한 것은 요한이 공개적으로 기득권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돈으로 범죄를 산 자를 공개재판에 세우겠다는 요한의 태도에 가장 분노한 것은 바로 차 장관이다. 물론 죄가 없는데 혹은 누가 봐도 미미한 범죄라면 이는 부당한 갑질로 여길 수 있다. 요한이 국민이라는 거대한 힘을 뒷배 삼아 자신을 탄압하려 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tvN 주말드라마 <악마판사>

그저 문건으로만 보면 단순한 사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오진주 우배석 판사가 처음 언급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실체는 다르다. 아버지는 중원 F&B 사장이고, 어머니는 법무부 장관이다. 이 권력을 믿고 이영민은 어린 나이에 부사장이 되었고, 재미로 사람들을 조롱하고 폭행해왔다.

마음 내키는 대로 폭력을 일삼아도 그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돈으로 막거나 부모의 권력이 공권력을 멈추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과보호는 결과적으로 이영민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고장 난 존재로 만들었다.

무슨 짓을 하면 안 되는지 알지 못하는 존재는 결국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그런 자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만한 권력을 가졌으며 그만큼의 광기를 품은 존재 외에는 없다. 그래서 요한은 공개재판을 하기 전에 이영민을 혼쭐을 냈다. 자랑하며 타고 다니던 차를 보는 앞에서 박살 냈다.

자신의 행동을 막고, 오히려 압박까지 하는 이를 그는 처음 봤다. 그래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머니가 아니면 자신이 무엇을 하든 감히 말도 하지 못하는 세상을 살았는데, 그 짓을 다른 누구도 아닌 요한이 하고 있다.

"똥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

기자들까지 현직 법무부 장관 아들을 공개재판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했지만 요한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차 장관 앞에서도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는 말로 자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대법원장도 대통령마저도 요한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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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경우 자신을 항상 낮잡아 보는 차 장관이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가웠다. 그렇다고 요한이 현 대통령과 한패라는 의미는 아니다. 요한에게는 차 장관이나 대통령이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법정에 세운 이영민은 충분히 준비를 했다.

이번 사건을 공개재판으로 이끌 수 있었던 낡은 식당에서 일하던 이들과 합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주방장은 현장에 나와 더는 죄를 묻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였다. 검사마저 범죄자의 편에 선 상황에서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이 왔다.

변호사만이 아니라 검사까지 범죄자의 편에 섰고 피해자 역시 합의를 한 상황에서 공개재판은 더는 이뤄질 수 없는 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요한이 이런 상황에 대비 없이 이영민을 세운 것은 아니다. 수없이 반복해 범죄를 저지른 자는 흔적이 남겨질 수밖에 없다.

권력에 짓눌려 함부로 분노를 표출하지도 못했던 피해자들이 이영민이 저지른 범죄를 공개적으로 폭로하기 시작했다. 수없이 이어진 이영민의 횡포는 아무리 권력으로 죄를 덮으려 해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최고의 로펌 변호사가 대변하고, 검사까지 범죄자의 편에 선 상황에서도 이를 이겨낸 것은 국민이었다. 여론이 이영민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자, 요한은 상습범으로 이를 다시 처벌할 수 있는 공소장을 변경하도록 검사에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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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할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도 받지 않던 자들에게 통쾌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판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시민들이 열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인 지지는 상대적으로 많은 적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요한의 사무실 폭파는 재단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법원에 들어간 모든 가구를 제조한 자가 처음부터 폭탄을 심어놨고, 언제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짓을 하면 경고하듯 협박을 했다는 의미다. 죽일 수는 없어, 부상당할 수 있을 정도로 경고를 했던 것이다.

그 경고는 요한에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가구를 만든 자에게 혼쭐을 낼 뿐이다. 그런 그가 왜 가온을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 들였던 것일까? 누구도 들어와 보지 못한 그 공간에 가온을 들인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요한이 가온을 보자마자 많은 본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처럼, 유모와 조카 역시 가온을 보자마자 놀랐다. 사망한 요한의 형인 이삭을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온을 자신의 집으로 들인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가온은 비밀을 풀고 싶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요한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다. 뭔지 모를 기묘한 분위기의 저택에서 자신을 적대시하는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비밀을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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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가 잠긴 방에 들어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가온은 비밀의 꼬리를 잡았다 생각했다. 그 방에 들어선 그는 자신과 비슷한 남자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유모를 통해 이삭과 요한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부인을 잃고 힘겨워하던 강 회장이 친구들 권유로 술집에 갔다 술집 여자와 사이에 임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갓난아이를 데려온 술집 여자는 돈을 요구했지만 강 회장은 거절했고, 그렇게 아이만 놔둔 채 사라졌다. 강 회장은 갓난아이를 죽도록 방치할 생각이었다.

요한을 살린 것은 이삭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아버지 강 회장이 아닌, 사망한 천사와 같았던 어머니를 닮은 이삭은 요한을 정말 친동생처럼 보살폈다. 강 회장은 요한에게 상습 폭력을 가하고, 지하실 방에 살도록 한 것은 그가 자신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내를 닮아 천사 같은 이삭과 달리, 요한은 섬뜩할 정도로 자신과 닮아 두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아버지가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당에 불이 났고, 그렇게 이삭이 사망했다. 현장에서 생존한 이는 바로 요한이었다.

유모는 요한을 두려워한다. 자신을 좋아하던 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하고, 아버지 강 회장이 아끼고 사랑했던 사냥개에게 제초제를 먹이는 등 요한이 한 행동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요한과 정반대인 이삭이 사망했다. 그리고 요한만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이삭이 아닌 요한이 강 회장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 강 회장은 이삭을 좋아하지만 재산을 지키는 것은 요한이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휠체어 신세를 지는 이삭의 딸 엘리야는 삼촌을 언제든 죽이겠다며 악의를 품고 있다. 그런 조카를 바라보는 요한은 악의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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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이 사는 폐건물을 찾은 요한은 과거 형이 사망했던 화재사건에 출동한 소방관을 찾아냈다. 요한을 보자마자 도주하던 소방관은 옥상에서 추락했다. 피가 흥건한 소방관을 보고 요한은 시계는 팔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거둬갔다.

잘 들리지도 않는 말을 하는 소방관은 화재 당시 형을 구조하기보다 시계를 훔친 인물이다. 소방관이 사건의 실체를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사이코패스인 요한의 모습을 봤을 가능성은 높다. 요한이 형의 유물인 시계를 가져간 것은 요한에게 이삭은 세상에 가장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는 자신을 버렸고, 아버지는 화만 나면 폭행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인간으로 대우하고, 아껴준 존재가 바로 형 이삭이다. 요한에게 공부도 가르치고, 법을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역시 형 이삭이었다.

그런 형이 성당에서 화재가 나 사망했다. 요한이 화재를 저지른 인물일까? 아버지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형을 죽인 것일까? 가온이 의심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스스로 탐정이 되어 요한의 과거를 캐기 시작한 가온은 요한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까?

범죄를 돈과 권력으로 사는 디스토피아 세상의 판사는 "정의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기득권자의 아들을 법정에 세우고 처벌을 이끌고 있다. 가상의 세상에서도 요한은 특별한 존재다.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공개재판을 통해 전직 판사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법 그 자체일 것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 생각하는 이는 없다. 그런 세상에 과연 요한은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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