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엄태웅이 또 울컥했다. 아니 이제는 더 이상 순둥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된 엄태웅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나영석 때문이다. 강호동이 빠진 이후 엄태웅은 특별하게 열의를 불태우며 급한 진행의 부작용도 낳았지만 그만큼 1박2일에 빠르게 적응하게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서 종종 보이는 것이 버럭하는 모습인데, 이번에도 엄태웅이 진심을 담아 나PD를 향해 불만을 토했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 아, 꼴보기 싫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사연인즉, 다섯 멤버에게 준 미션이 성공 개수에 따라 포상 내용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사실 엄태웅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어처구니없을 상황인 것이 분명했다.

이번 테마는 찰나의 여행이라며 다섯 멤버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카메라로 찰나의 순간을 담아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미션은 사진 전문가라 할지라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다. 우선 일 년 내내 출사를 나가도 10번 정도나 가능하다는 일출 오메가 사진, 태백산 운해 사진 두 가지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리 사진의 신이라고 하더라도 찍을 수가 없다. 그 다음으로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4가족 찍기, 가창 오리 군무 찍기, 마지막으로 무지개 찍기는 그럭저럭 성공률이 높은 편에 속했다.

그런데 문제는 미션 성공에 따른 상벌이었다. 누가 봐도 상과 벌로 나뉘어야 맞는데, 나PD는 끝까지 포상이라고 멤버들의 약을 올렸다. 먼저 다섯 가지 모두를 성공했을 때는 세계일주 항공권, 5000CC 세단, 60인치 평면티비, 강남 88평 아파트를 멤버 각각에게 지급하겠다고 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굳이 계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허황된 상품이 분명했고,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다음 4가지 성공의 포상은 대폭 그레이드가 떨어졌지만 핵심은 마지막으로 나PD 사비로 멤버들에게 옷을 사준다는 것이다. 그만큼 나PD는 3가지 이상은 절대 성공 못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3가지를 성공할 경우는 멤버 전원 냉수마찰. 2가지일 경우는 거기에 까나리액젓 추가. 마지막으로 1개만 성공했을 때에는 멤버들이 스태프 전원에게 호텔숙박, 뷔페, 스파 풀코스를 쏘게 한다는 것이다.

은지원이 먼저 반응을 했다. “그게 왜 상이에요?”라고 물었고 곧바로 엄태웅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며 버럭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강남 아파트 운운했던 모든 포상들은 바로 노홍철도 울고 갈 나PD의 사기였던 것이다. 다섯 가지의 미션을 제시했지만 실제로 가능한 것은 세 가지 정도지만 그것도 꼭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물 사진과 달리 풍경은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출과 태백산 운해를 같은 날 동시에 찍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 이것을 철저히 조사한 나PD의 포상 운운은 그야말로 사기였고, 그 속내를 알아차린 멤버들의 울분이 터진 것이다.

일출을 찍으러 간 엄태웅과 동행한 사진가는 운을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운이 아니라 지독한 인내와 기다림만이 풍경사진을 찍을 자격을 얻는다. 실제로 엄태웅은 오메가는 고사하고 일출도 볼 수 없었고, 힘겹게 태백산을 오른 이수근도 운해를 담아올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수근은 적어도 고생한 이상의 수확은 있었다. 온통 하얗게 뒤덮인 설산 그 자체가 장관이었기 때문이었다. 1박2일이 주는 일관된 교훈이 있다. 자연은 사람이 고생하고 인내한 만큼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도 그랬겠지만 이승기도 받든 안 받든 5개를 모두 성공해서 나PD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 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늘은 나PD편이었다. 포상이냐 벌칙이냐를 가름할 일출과 운해 사진 모두 실패했다. 그나마 민통선으로 두루미 가족을 찍으러 간 김종민이 성공했고, 이승기가 소녀시대와 함께 무지개를 찍어서 최악의 벌칙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승기에게 주어진 가창 오리떼 군무 찍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창 오리는 해질녁에 군무를 시작한다. 문제는 저녁이고 오리떼가 날기 때문에 셔트 스피드 확보가 관건이다. 평소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이승기라서 믿음은 가지만 초행길에 바로 성공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승기의 성패에 따라 멤버들의 벌칙은 차이가 난다. 성공하면 냉수마찰만 할 것이고 실패하면 오랜만에 까나리 복불복을 보게 될 것이다. 일단 착한 시민의 자세로 성공을 바라지만 내면에서 실패를 바라는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도 감출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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